“농심 라면 위해성 없다… 식약청 리콜 잘못”
입력 2012-10-29 21:09
“차라리 전 국민에게 삼겹살 금지령을 내려라.” “하루에 라면 1만6000개를 먹어야 삼겹살 1인분의 벤조피렌을 먹는 것과 같다.”
국제적 리콜사태를 불러온 농심의 벤조피렌 파동과 관련해 식품 전문가들로부터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은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면 문제가 없는데 섣부르게 리콜을 결정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식품안전 관련 교수 8명으로 구성된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29일 성명을 내고 “라면 수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은 2∼4.7ppb(㎍/㎏)로 이를 통해 하루 섭취하는 벤조피렌의 양은 10만분의 5㎍에 불과하다”며 “이는 삼겹살 같은 육류를 구워 먹을 때 섭취량 0.08㎍의 1만6000분의 1에 불과해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당 라면에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하고도 회수에 나선 것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도 “벤조피렌이 발암물질인 것은 맞지만 가열조리 과정에서 흔히 생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늘 섭취하는 물질”이라며 “식약청의 회수조치는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고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닭강정 팝콘 치킨 튀김에 들어 있는 벤조피렌 양을 0.3㎍, 생선구이 0.1∼0.3㎍, 생선탕 삼겹살구이 참기름의 경우 0.08㎍ 정도로 추정한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벤조피렌 섭취량은 0.08㎍. 문제가 된 라면에 들어 있는 0.000005㎍의 1만6000배에 해당한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기름, 단백질, 불이 만나는 곳이면 어디에나 벤조피렌이 생긴다”며 “라면이 문제라면 튀김, 팝콘, 삼겹살도 모두 먹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오덕환 강원대 교수는 “유해물질 중에는 리스테리아처럼 식품에서 절대 나오면 안 되는 식중독균이 있는 반면 기준선 아래로 관리되면 별 문제가 없는 벤조피렌 같은 물질도 있다”며 “벤조피렌 라면 파동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 빚어진 소동”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5일 식약청이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논란을 빚은 라면 4개사 9개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내린 뒤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잇따라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결정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