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해진 경차 가격… 5년새 45% 뛰었다

입력 2012-10-29 21:10


경차는 더 이상 싼 차가 아니다. 차체만 덜렁 있던 700만원대 ‘깡통차’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에어백은 기본이 됐고, 고급 수입차에만 있던 사이드미러 방향 점멸 램프도 붙는다. 옵션이 많아지면서 경차 평균 가격은 기존 대비 절반가량 올랐다.

국토해양부가 29일 밝힌 연도·규모별 자동차 신규등록 취득금액 자료를 보면, 2007년 경차의 평균 차값은 786만원이었다. 하지만 2012년 9월 기준으로 경차 취득 가격은 1139만1000원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옵션별로 가격이 다양하지만 국토부는 차량 등록 때 실구매 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물가를 반영한다. 즉 5년간 경차 평균 가격이 44.9% 올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대형차 평균 취득 가격은 3005만원에서 3771만원, 중형은 1728만원에서 2192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경차처럼 기존 차값의 절반 가까이 뛰진 않았다.

시판 중인 경차의 가격을 봐도 1000만원 안쪽 모델은 수동뿐이다. 1245만원부터 시작하는 기아의 레이는 전량 자동변속기가 달려 있고, 기아차 모닝과 한국지엠 쉐보레 스파크는 수동으로 달리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각각 908만원과 864만원 모델을 택할 수는 있다.

모닝과 레이는 2013년형 바이퓨얼 모델도 팔고 있다. LPG와 가솔린 등 두 가지 연료를 번갈아 쓰면서 고연비를 내는 차다. 이 경우 차값은 모닝이 1399만원, 레이가 1620만원이다. 5년 전 일반 경차가격과 견주면 2배가량 높다. 소형차인 프라이드 아베오 기본 모델보다도 비싸다.

사실 경차는 메이커들에게 애물단지다. 차체가 작고 고급 옵션을 넣는 데 한계가 있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2002년 아토즈를 끝으로 경차 생산을 접었다. 기아차도 레이와 모닝 전량을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에서 주문 생산한다. 동희오토는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비정규직 직원만 채용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과 광주의 공장에서는 경차를 만들어도 도저히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이 난 지 오래”라고 했다.

차값이 오르면 당연히 안전성과 편의사양도 좋아진다. 모닝의 경우 깜박이를 톡 건드리기만 해도 세 번 자동으로 깜박거리는 ‘원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이 기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입차에만 있던 옵션이다. 전 좌석 에어백 역시 기본이며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추가됐다. 쉐보레 스파크도 개성을 담고픈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무늬와 선을 추가한 타투 및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더 높은 편의사양을 원하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가격도 자연스레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