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공무원, 아내 사채빚 갚으려 국고 횡령
입력 2012-10-29 21:15
지방자치단체 사상 최대의 공무원 횡령 사건으로 기록될 전남 여수시청 회계과 8급 공무원 김모(46)씨의 76억원 횡령은 결국 부인의 빚을 갚기 위해 저지른 범죄로 확인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9일 공금 76억원대를 횡령한 혐의(특가법위반 국고손실, 공문서 위조 및 행사)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하고 김씨의 아내 김모(40)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시청 회계과에 근무하면서 여수시 상품권 회수대금, 소득세 납부 및 급여 지급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 첨부서류 바꿔치기 등의 수법으로 공금을 빼돌렸다.
김씨의 범행 동기는 아내 김씨의 사채를 갚으려고 아내와 짜고 공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아내 김씨는 2007년 사채를 빌려 지인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채무자 도주 등 채권 회수가 어려워졌고, 사채 8억원을 변제하지 못했다. 이후 고리의 사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수십억원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편 김씨는 직원들의 세금과 자신의 급여를 부풀렸고, 유령 상점을 통해 여수시 상품권 회수대금을 입금받는 방법 등으로 거액을 횡령했다.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차명계좌 11개를 빌려 횡령한 돈을 관리해 왔다.
검찰은 지난 10일 감사원으로부터 김씨가 공금 19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를 요청받고 수사해 이보다 많은 76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의 자금추적 결과 76억원의 용처는 친인척 부동산 구입과 생활비 32억원, 채무변제 등 31억원, 대출금 상환 7억4000만원, 지인 차명계좌 이체 3억9000만원, 기타 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그러나 횡령액이 워낙 많아 은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부동산 구입비와 생활비 15억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10억원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횡령 자금이 유입된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령 경위, 사용처, 범행 가담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한편, 김씨는 횡령액 절반가량을 이미 채무변제 등으로 탕진한 상태여서 향후 ‘미환수 공금’ 책임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순천=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