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측 “동생들 도와주려 붙박이장에 돈 보관”

입력 2012-10-30 01:25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정치하는 동생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자택 붙박이장에 뭉칫돈을 보관해 오다가 6억원을 꺼내 조카 시형(34)씨에게 내곡동 사저 땅값으로 빌려줬다고 변호인을 통해 주장했다. 이 회장은 6억원 차용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 논의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 회장이 6억원을 빌려줬다는 주장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자금 출처와 시형씨의 당시 행적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이 회장 변호인은 29일 “이 회장의 서울 구의동 자택 문간방에 최대 현금 10억원이 들어가는 붙박이장이 있고, 이 회장이 평소 둘째인 이상득(77·수감 중) 전 의원 등을 도울 생각으로 돈을 넣어뒀다”고 주장했다. 이 돈은 이 회장이 2005년부터 개인 계좌에서 매월 1000만∼2000만원씩 인출해 마련했다는 게 이 회장 측 설명이다.

변호인에 따르면 시형씨는 이 회장에게 돈을 빌리기 4일 전인 지난해 5월 20일 “땅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며 이 회장 사무실에 차용증을 들고 찾아갔다. 변호인은 “(이 회장이) ‘조카니까 내용은 보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 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시형씨는 당초 돈을 빌린 날을 5월 23일이라고 했다가 특검 조사 때 24일로 번복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시형씨 측이 알리바이가 깨질 것 같자 급히 날짜를 바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 신용카드 내역 조회 등을 통해 23일 시형씨가 서울이 아닌 경주 근처에 머문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씨가 근접경호원 없이 혼자 이 회장 자택을 찾아가 현금 6억원을 꺼내 가방 3개에 담은 뒤 청와대로 옮겼다는 진술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김세욱(58·수감 중) 전 청와대 행정관을 조사할 때도 시형씨가 돈을 가져다 준 정확한 시점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시형씨가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는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써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31일 오전 소환해 조사한다. 또 이번주 중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시형씨 변호인이 특검팀에 일종의 ‘수사 간섭’으로 볼 여지가 있는 요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동명 변호사는 특검팀을 방문해 ‘시형씨 재소환을 자제해 주고, 청와대 직원들을 과도하게 소환하는 것도 피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수사팀의 고유 권한인 수사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시형씨 개인 변호인이 청와대 직원들의 조사까지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시형씨 재소환 여부 자체가 결정된 바 없고, 참고인 소환은 수사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질 뿐”이라고 응수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