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럽연합 탈퇴하나… EU결정 사사건건 반대

입력 2012-10-29 18:43

최근 영국이 심상치 않다. 자국 내 여론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유럽연합(EU)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국 대형은행들의 잇따른 이전으로 런던에 금융 허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영국에서 EU 탈퇴 신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얼마 전 EU의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들은 모두 자부심을 나타냈지만 유독 어색한 침묵을 지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영국 정부는 앞서 EU 133개 지역의 경찰 및 사법협력체계에서 빠지길 원한다고 발언했다. 또 지난여름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발언으로 유럽을 놀라게 했다. NYT는 이런 움직임을 ‘브릭시트(Brixit)’라고 표현했다. 이는 영국(Britain)과 출구(Exit)의 합성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시나리오인 ‘그렉시트(Grexit)’를 빗댄 말이다.

물론 캐머런 총리의 공식 입장은 영국이 EU에 계속 남아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EU의 2014∼2020년도 예산안 증액 제안에 반대하는 등 최근 EU 결정에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브릭시트 가능성이 힘을 얻는 것은 영국이 EU로부터 받는 혜택이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최근 데일리메일 설문조사에선 영국인의 51%가 EU 탈퇴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잔류를 원하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한편 영국에 진출한 중국 국영은행들은 런던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유럽 본사를 룩셈부르크로 옮기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영국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당국의 불공정한 규제와 유동성 대폭 강화를 요구하는 규정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중국공상은행(ICBC)과 중국건설은행(CCB), 중국농업은행(ABC) 등은 “중국 은행들이 지금 같은 규제 아래서 영업을 지속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항의했다. 중국 은행 한 곳은 이미 룩셈부르크에서 영국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