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최악 폭풍우 온다”… 美 동부 초비상
입력 2012-10-30 01:28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Sandy)의 상륙이 임박하면서 미국 동부지역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을 덮치는 100년래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으로 예상되는 샌디로 인해 뉴욕과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동부지역이 며칠간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도 이틀간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NYSE가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잡종 폭풍’ 더 큰 피해 예상=미 기상청에 따르면 1등급 허리케인인 샌디는 29일(현지시간) 밤이나 30일 새벽 뉴저지주 남부 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언론은 샌디를 ‘프랑켄스톰’ ‘슈퍼스톰’ ‘괴물 허리케인’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두 개의 겨울 계절성 폭풍과 만나 ‘하이브리드(잡종) 스톰’이 돼 미 국토의 3분의 1, 미국민 5000만~6000만명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상 당국도 이 허리케인이 엄청난 폭우와 돌풍, 강한 눈, 해일을 동반하고 동부 해안에서 오대호까지 800마일에 걸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수백만명에 대해 강제소개령을 내렸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뉴욕 맨해튼에 최고 3븖의 높은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사람들은 기상예보가 ‘맞을까’ 의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최악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전문가들은 미 북동부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시와 뉴욕주,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뉴잉글랜드 지역에 이르는 모든 주와 지방정부가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손해평가업체인 키네틱 어낼리시스는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보험지급액이 6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DC의 연방정부 사무소는 29일 하루 모두 문을 닫았고 뉴욕 등의 상당수 기업들도 거래를 중단했다. 뉴욕시와 워싱턴DC 당국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미 동부 해안 주요 지역의 항공기 운항도 멈췄다. 28일 뜨지 못한 항공편만 1240편이고 29일 5560편, 30일 645편을 포함하면 약 8000편이 취소됐다. 뉴욕시는 공립학교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고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와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등도 휴교에 들어갔다.
◇“1000만명 단전 불편 겪을 것”=미 동부지역 주민들은 휴일인 28일 일제히 가게 문을 닫아걸거나 인근 상점으로 몰려가 물과 식음료, 초, 손전등, 배터리 등 생필품과 기본 의약품을 사재기하느라 아우성을 쳤다. 주유소도 미리 휘발유를 가득 채워 넣으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가 사는 워싱턴DC 근교 매클린의 식료품체인에도 이날 오후 3시쯤 물과 빵이 모두 동났다. 종업원은 “손전등, 초 등도 정오를 넘어서며 다 팔렸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특히 괴롭히는 것은 ‘단전 공포’다. 바람으로 전신주가 무너지거나 나무가 넘어지면서 전깃줄이 끊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엔지니어 세스 쿠이케마는 샌디 여파로 최대 1000만명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샌디가 지나갈 것으로 보이는 워싱턴에서 뉴잉글랜드에 이르는 지역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정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에디슨전기연구소는 경고했다.
◇‘폴리티컬 스톰’, 대선에 어떤 영향?=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유세가 취소되는 등 샌디는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바마는 예정됐던 버지니아, 오하이오, 콜로라도주에서의 유세일정을 모두 연기하고 허리케인 상황 점검을 위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롬니 후보는 28일 버지니아 일정을 접고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 유세에 집중했다. 30일로 예정된 뉴햄프셔 일정도 취소했다. 오바마와 롬니 두 진영 모두 겉으로는 이번 허리케인이 대선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