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일 앞의 대선, 깜깜이 선거 폐해 우려된다
입력 2012-10-29 18:35
후보 단일화 빨리 매듭짓고 저성장 해법 내놓아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갯속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대선의 큰 구도 자체가 유동적이다. 후보들의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장기 저성장 우려에 대한 해법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선거전은 후보 자질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에 대한 역사 인식의 문제, 문 후보를 겨냥한 NLL 논란 등이 선거전의 뼈대를 이뤘다. 후보 자질 검증도 유권자의 판단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대선전이 과거의 틀에만 갇혀 미래를 향해 전진하지 못한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유권자들은 국가의 미래 비전과 실천적 대안을 원한다.
후보 단일화 문제는 이번 대선에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의 김대중-김종필(DJP) 연합,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실제로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주요 후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선거에 본질적 변화를 꾀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안착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후보들의 작위적 이합집산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며 정치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
단일화 시기가 늦어져 국민들이 새로 형성된 정치 구도를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투표를 해야 하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후보가 확정되지 않으면 정책 대결이 설 자리를 잃고 TV토론회마저 제대로 열리지 못해 ‘깜깜이 선거’의 폐해가 커진다. 문-안 후보의 단일화는 투표 24일 전인 후보등록일 이후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양 진영은 국회의원과 국고보조금 감축, 중앙당 폐지 등 정치쇄신 각론을 놓고 사사건건 입씨름을 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고, 단일화 성사 시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혼란은 그만큼 더 커지며 정치는 희화화된다.
정책 선거는 이런 정치 게임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후보들이 여러 공약을 내놓았지만 유권자의 시야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보니 치열한 정책 대결을 거치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각종 지표들을 통해 장기 저성장 조짐이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공약은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있다.
저성장이 현실로 나타나면 후보들이 앞 다퉈 내놓고 있는 복지 공약은 구호에 그치게 된다. 저성장으로 세수가 감소하면 복지 재원이 부족해지는데 실업자 양산과 빈곤층의 삶의 질 하락으로 재정 소요만 늘어난다. 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령화의 부담은 더 늘어가게 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면 누가 지도자가 되건 나라의 미래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어렵다. 남은 선거전에서 후보들은 이에 대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서둘러 마무리하고 미진한 공약들을 보완함으로써 국민들이 투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