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핫머니 차단 위한 토빈세 도입 추진할 때
입력 2012-10-29 18:33
유력 대선후보 진영에서 투기성 단기외환(핫머니)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양적완화 조치가 반복·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 급증 여파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들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세)의 원인으로 글로벌 유동성 증가를 지목하고, 그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핫머니에 의한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토빈세’ 도입을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토빈세는 원래 외환 거래에 대한 과세를 의미하는데 이 제도를 통한 비용 부담을 늘려 결과적으로 핫머니의 유출입을 제한한다는 뜻으로 거론돼 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의 토빈세 도입 검토와 관련해 이미 검토 중에 있는 사안이라고 29일 밝히고 후보들끼리의 경제정책 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제안했다. 다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은 토빈세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렇지만 안 후보 캠프 전성인 교수는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나 토빈세와 관한 항목이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 7대 공약에 포함돼 있다고 밝힘에 따라 도입할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애 매우 취약하다. 1997년, 2008년 등 대외적인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핫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기를 반복한 탓에 일찍부터 토빈세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토빈세 운영에 따른 자본유입 애로를 염려하면서 도입을 반대했고, 대신 은행의 단기외채에 물리는 거시건전성부담금 조치,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등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은 예전의 위기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재정 위기가 벌어지고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다. 과거 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환율 폭등(원화가치 폭락)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인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전망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만 늘려놓은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은 외국 자본이 밀려오고 있지만 언제 다시 한꺼번에 빠져나갈지 모르는 사태가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최대 위험요인이다. 핫머니에 대한 규제를 당장 만들어놓지 않으면 더 많은 해외 자본이 밀려들어와 환율을 떨어뜨리는 한편 외환시장의 잠재적 변동성 규모를 더욱 키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토빈세 도입을 적극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