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쿵푸 팬더’ 가을의 전설 쓰다… SF 7번째 월드시리즈 정상

입력 2012-10-29 18:33

‘쿵푸 팬더’라니! 야구선수에겐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다. 키 1m80에 몸무게가 109㎏. 뚱뚱한 몸을 날려 포수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해 홈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 별명이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타격도 고수급이다.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16타수 8안타를 때려냈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거포 파블로 산도발(26). 그는 한때 130㎏에 육박한 체중과의 싸움 때문에 성적이 들쭉날쭉했다. 이번 시즌엔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문제아였던 그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 3연승을 달리고 있던 샌프란시스코는 3-3으로 맞서 있던 연장 10회 2사 2루에서 터진 2번 타자 마르코 스쿠타로의 결승타를 앞세워 4대 3으로 이겼다. 4전 전승의 완벽한 우승이었다. 1958년 뉴욕에서 연고지를 옮긴 샌프란시스코가 뉴욕 자이언츠 시절을 포함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통산 7번째다.

2010년 월드시리즈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4승1패로 꺾고 우승한 샌프란시스코가 2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데엔 산도발의 역할이 컸다. 산도발은 1차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4타점을 올려 팀의 8대 3 완승을 이끌었다. 월드시리즈에서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베이브 루스, 레지 잭슨, 앨버트 푸홀스에 이어 산도발이 역대 4번째다.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500을 기록한 산도발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핵심이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한 산도발은 이듬해 타율 0.330을 기록,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 홈런은 25개를 날렸다. 그러나 체중이 불어난 2010 시즌엔 타율 0.268, 13홈런에 그쳤다. 몸이 무거우니 실책(13개)과 병살타(26차례)가 쏟아졌다.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그는 고작 한 경기에 출장해 3타수 무안타의 수모를 당했다. 자존심이 상한 산도발은 개인 요리사를 고용했다. 식이요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그는 2011 시즌 타율 0.315와 23홈런으로 재기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타율 0.283, 12홈런으로 주춤한 그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타율 0.333,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선 타율 0.310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시리즈에서 고감도 타격을 뽐내며 ‘가을의 전설’을 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