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말초신경 장애·관절염에 새 빛

입력 2012-10-29 15:36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복제 방식 인간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침체돼 있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요즘 줄기세포 치료로 난치병 극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음을 보여주는 성과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의생명연구원 이은주 교수팀은 외상 등 사고로 손상된 말초신경을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로 재생시키는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이달 초 발간된 재생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터리얼스(Biomaterials)’ 10월호에 게재됐다.

외상, 암 치료, 선천성 기형 등에 의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얼굴과 사지의 감각 및 운동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팔의 말초신경을 손상 받은 환자는 팔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말초신경 장애를 치료하려면 다른 부위의 건강한 말초신경을 인위적으로 떼어다 붙여야 했다. 따라서 말초신경을 떼어온 부위에 생기는 감각 및 운동기능 장애를 감수해야 했다. 다시 말해 ‘돌려 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김 교수팀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말초신경세포를 재생시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세포치료법을 고안했다. 필요한 줄기세포는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남아 냉동 보관 중이던 잉여 수정란을 녹여 배양한 배아로부터 추출했다. 이어 그 줄기세포를 다른 어떤 약물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용 쥐에게 이식한 후 8주(두 달) 뒤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치료를 받은 쥐들(실험군)은 8주 만에 근육의 운동성을 나타내는 근전위도 값이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 쥐들(대조군)보다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실험군은 또한 장딴지 근육에 대한 신경자극 반응검사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실험군은 평균 0.38V, 대조군은 평균 0.8V의 전기자극에 각각 근육이 수축된 것이다.

참고로 말초신경이 손상되지 않은 정상 쥐들은 실험군과 비슷한 수준(0.36V)에서 수축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제 기능을 못하던 실험군 쥐들의 신경다발구조가 세포 치료 후 정상화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팀은 앞으로 외상, 암 치료, 선천성 기형 등으로 말초신경이 손상돼 사지 감각 및 운동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이를 직접 적용, 말초신경 재생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의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자가 지방에서 추출한 성체 줄기세포로 재생시키는 연구도 속속 결실을 거두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정형외과 고용곤, 최윤진 박사팀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에서 채취한 지방조직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환자의 무릎 속에 다시 넣어주고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통증 해소는 물론 무릎 관절의 운동기능과 활동지수가 65∼84%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슬개하 지방체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란 제목으로 무릎 관절 전문 국제 학술지 ‘더 니(The Kne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줄기세포는 특히 외상 등에 의해 손상된 무릎 연골과 무릎 뼈 간 잦은 마찰과 노화에 의한 퇴행성관절염으로 닳아서 없어진 연골을 회복시키는데 유용하다. 시술은 관절경으로 변연절제술(손상된 연골 부위를 다듬는 과정)을 시행한 후, 미리 채취해 둔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뽑은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사기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최 박사팀은 변연절제술 후 이 치료를 받은 환자들 25명(실험군)과 기존의 PRP(세포 성장인자 풍부 혈장) 주사만을 맞은 환자들 25명(대조군)을 3∼12개월간 추적 관찰하며 비교하는 연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실험군은 이식 3개월 후부터 대조군에 비해 빠른 속도로 통증 감소, 운동기능 개선 등의 변화를 보였다.

최 박사팀은 이 연구결과도 12월 초,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2012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에 관한 연례회의’와 내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정형외과학회(AAOS) 국제 학술대회에서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