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위암환자 ‘통원 항암치료’ 길 열려

입력 2012-10-29 18:26


한림대 성심병원-서울아산병원 ‘DOS복합항암요법’ 개발

암 환자는 칼로 암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싶어도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말기에 이르러 암이 몸속에 확 번진 뒤, 또는 수술을 하기엔 무리가 따를 정도로 암이 너무 크게 자란 뒤에야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이렇게 암을 늦게 발견한 사람들, 즉 말기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복합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방법뿐이다. 복합항암화학요법이란 암 치료 시 주사용 및 경구(먹는)용 치료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암 전문가들은 암 치료 시 여러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이 한 가지 약제만을 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여러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면, 한 가지 약제가 암세포를 다 파괴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다른 약제가 그 약점을 보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암 치료를 받기 위해선 2주 단위로 병원에 2박3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하기를 5∼10회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약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일정 기간 매일 1∼2시간 주사를 맞거나 48시간 연속해서 주사를 맞기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말기 위암 환자들이 이 같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교적 주사 시간이 짧은 항암제 몇 가지를 조합함으로써 외래 단위에서 치료를 끝낼 수 있는 새 항암요법이 한림대학교 (평촌)성심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공동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평촌)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장대영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팀과 2007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말기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DOS복합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결과, 98%의 환자에게서 암의 성장이 멎거나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장 교수는 30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서 열리는 제9회 한림-컬럼비아-코넬-뉴욕 프레스비테리안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소화기암의 항암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이른바 DOS 요법은 각각 위암 치료에서 효능이 입증된 ‘도세탁셀’과 ‘옥살리플라틴’이란 성분의 주사용 항암제와 함께, 플루오로우라실 성분의 경구용 항암제를 병용한다.

장 교수는 “세 가지 약제의 항암작용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병용 투여 시 치료 효과가 상승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 “투여 방법이 간편해 암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개 도세탁셀제제를 1시간, 옥살리플라틴제제를 2시간 동안 연달아 투여하고, 플루오로우라실제제를 하루 두 번씩 14일간 복용하기를 3주마다 반복하는 방식으로 처방된다.

따라서 이 치료법은 2주마다 2박3일간 병원에 입원해 매일 주사를 맞거나 중심 정맥에 주사관을 삽입한 상태로 48시간 동안 꼬박 항암제 주사를 맞아야 했던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비하면 한결 간편하다. 치료 효과도 이들 기존 방법에 비해 최소 6%, 최대 24%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 후 종양의 반응률, 즉 암의 크기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비율이 기존의 폴폭스나 폴피리 요법은 각각 36%, 54%에 그친 반면, DOS 요법은 60%에 이르렀다는 것.

장 교수는 “특히 조사 대상 위암 환자 44명 중 3명(7%)은 CT 검사에서 암세포가 한 개도 안 보일 정도로 상태가 개선돼 눈길을 끌었다”며 “말기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도 평균 12개월로 연장됐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