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방광암환자 소변주머니 안 차도 된다

입력 2012-10-29 18:26


분당차병원, 장 조직 이용해 인공방광 대치술 성공

중증 여성 방광암 환자도 장을 이용, 새 방광을 만들어주면 정상적인 배뇨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여성은 방광암 절제 수술 시 요도를 보존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요도가 방광에 거의 붙어있어서다.

CHA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팀은 최근 재발성 방광암 환자 이모(72·여)씨의 방광을 제거한 자리에 장으로 방광 모양의 소변 주머니를 만든 다음 요도와 신장을 각각 이어주는 ‘방광 대치 수술’을 시술해 효과를 거뒀다고 29일 밝혔다.

이씨는 2002년 갑자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암 1기 진단을 받은 뒤, 방광 내시경으로 방광을 보존하고 암 조직만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이 최근 다시 재발, 방광 속을 꽉 채운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첫 수술 때와 달리 방광을 보존하기가 어렵게 됐다. 기존 방법대로 암 절제 수술을 하게 되면 방광을 모두 걷어낸 다음 하복부에 구멍을 뚫어 소변을 따로 모았다가 배출시키는 주머니를 달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씨는 ‘소변 주머니’가 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우나 등 일상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이 수술을 한사코 거부했다. 이에 박 교수팀은 남성 방광암 환자 10명 중 2∼3명에게 시술되는 방광 대치 수술을 이씨에게 적용해보기로 했다. 암으로 못쓰게 된 방광을 걷어낸 자리에 그의 장으로 만든 인공 방광을 넣어 본래의 방광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방법이다.

박 교수팀은 이씨의 생식기와 요도를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암으로 가득한 방광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그의 장 조직으로 만든 인공 방광을 삽입한 다음 신장과 요도에 연결해줬다. 이씨는 이 수술 후 다른 방광암 환자들처럼 소변주머니를 따로 차지 않고 정상적인 배뇨 자세로 소변을 볼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요실금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요도 길이가 짧은 여성 방광암 환자도 생식기를 그대로 보존하는 인공 방광 대치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이 수술은 여성에게 중요한 질, 자궁, 난소, 나팔관 등을 손상시키지 않고 살릴 수 있어 부부생활이 중요한 젊은 여성 암 환자의 경우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