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로 간 구세군 “희망을 선물할게요”

입력 2012-10-29 21:33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따오게오주(州) 앙떠싸움군(郡) 떠떵퉁아이 마을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주민들과 아이들은 두 손을 연꽃잎처럼 모으고 수줍은 듯 다가와 “쭙리 수아”(안녕하세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 나라의 인사법이었다.

마을이 생긴 후 외지인의 방문이 처음인 이곳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해외봉사단은 ‘우리 희망을 만들어요’(Shall we make dream happy?)라는 주제로 지난 23∼28일 이곳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었다.

박만희 구세군사령관, 김금녀 구세군여성사업 총재, 한기범 이사장(한기범농구재단), 선우림 구세군자선냄비 친선대사 등 34명으로 이루어진 봉사단은 희망의 집짓기, 무료급식, 운동회, 음악회, 우물설치 현판식을 진행했고, 주민들에게 운동화와 구충제, 모기장, 태양광 랜턴 등을 전달했다.

현지에 도착한 첫날, 봉사단은 희망의 집을 지어줄 주인공 가족을 만났다. 완다라(15)군의 가족은 자신들의 집을 지어줄 봉사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완다라의 소원은 부모님과 5남매가 편히 먹고 잘 수 있는 집을 갖는 것이다. 남의 집 처마 밑에 평상을 깔고 코코넛 잎으로 지붕을 엮어 만든 곳이 완다라의 집이다. 10년 전 아버지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후 돈을 벌 수 없게 됐을 때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 재능기부를 위해 봉사에 참여한 이창성(43·건축가)씨가 이 기간 건축봉사팀을 이끌었다.

이튿날 봉사단은 이 마을 무응짜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라면, 바게트, 과자, 우유가 담긴 봉지를 500여명에게 전달했다. 아이들은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 봉지를 뜯지 않았다. 급식현장에서 만난 사모즈(15)양은 “라면을 집에 가져가면 엄마가 야채와 볶아서 다섯 식구가 함께 먹을 수 있다”며 행복해했다.

또 봉사단은 운동회 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학교 운동장에 모래를 깔고 낡은 놀이기구에 예쁜 색의 페인트를 칠했다. 다음날 열린 운동회는 이 학교가 설립된 1973년 이후 처음 열리는 운동회였다. 아이들과 봉사단원들은 함께 웃고 뛰고 뒹굴며 즐거워했다.

아울러 구세군은 아이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우물을 설치하고 현판식을 했다. 이는 파리바게뜨가 전국 매장에 모금함을 설치해 모은 2000만원을 기부해 이루어진 것이다. 핏 서문(43) 무응짜 초등학교 관리책임자는 “오래전부터 학교에 우물이 필요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구세군이 설치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앙떠싸움군 전체에 우물이 있는 학교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때 운동하며 땀을 많이 흘린 아이들이 뛰어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며 친구들과 물장난을 했다.

캄보디아 전역에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24%에 불과하다. 이 중 프놈펜이 20%의 전기를 사용한다. 봉사단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떠떵퉁아이 마을 50가구에 태양광 랜턴을 전달했다. 8시간 정도 태양광으로 충전하면 2∼3일 사용할 수 있다. 봉사단원들은 태양광 랜턴을 하나씩 들고 어둠 속 마을로 걸어 들어가 한 집 한 집 랜턴을 전했다. 현지인들은 “그동안 호롱불을 켜기도 했지만 불이 난 적도 있었다”며 “태양광 랜턴으로 이제 아이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책을 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지연순(54·인천 고잔동) 사관은 “마치 전등이 아닌 어둠 속에 빛을 전달하는 마음이었다”며 “복음이 이렇게 각 가정에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구세군은 캄보디아 개전(선교활동)을 한 달 앞두고 이번 봉사단을 파견했다. 세계구세군은 현재 125개국에서 복지프로그램과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는 세계구세군이 126번째로 선교를 시작하는 나라가 되며, 이번에 구세군 캄보디아 대표부를 한국구세군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한국구세군은 다음달 22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빈민촌이 밀집한 스텐리제이구(區) 범뚱푼 마을에 구세군 캄보디아 대표부를 설립하고 개전식을 갖는다. 신진균 사관이 담당사관으로 임명된다. 박만희 구세군사령관은 “구세군은 캄보디아 정부에 NGO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며 “구세군 교회와 센터가 세워지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KB국민은행과 함께 국내에서 ‘저소득층 희망공간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80가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물해왔는데 이 사업을 해외 캄보디아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놈펜=글·사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