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원장 “盧-金 대화록 존재… 비밀 녹취록은 없어”

입력 2012-10-30 01:24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9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 간 비밀 단독회담, 비밀 녹취록, 북측이 전달해온 녹음 내용 등은 없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또 대화록 공개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다만 윤 의원은 “여당이 줄기차게 공개를 주장하자 원 원장이 여야가 합의해오면 그때 가서 공개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공개를 전제로 한다면 여야 합의가 있어도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고 반박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원 원장은 ‘녹취록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회담 내용을 녹취한 것을 풀어서 쓴 것은 있고, 그것을 대화록으로 보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본 적이 있다”는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의 발언에 대해서는 “본 것은 맞다. 업무상 목적이므로 보안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정국을 강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 나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NLL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다. 확실한 답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NLL 공세를 계속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김정은 일족 우상화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업적 선전을 위해 서구풍 위락시설 건립에 대규모 재원을 소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일성·김정일 동상 건립 및 초상화 교체, 스위스 테마파크를 모방한 능라유원지 건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궁전을 본뜬 김일성·김정일 시신보관 장소의 정원화 공사 등에 3억3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 전체 주민의 3∼4개월치 식량에 해당하는 옥수수 110만t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 부인인 이설주가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는 임신설과 북한 원로들이 이설주의 풍기문란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 제1위원장은 이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돌을 맞아 이 학교에서 열린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며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