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공기관 임원자리 구인난
입력 2012-10-29 18:38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이 때 아닌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일반직이 아니라 임원들 얘기다. 정권 말에 공공기관의 임원이 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낙하산’에 밀려 임기를 채우기 힘들다는 생각에 지원자가 적기 때문이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사장·이사·감사 등 임원직 공모를 낸 공공기관 73곳 중 12곳은 지원자나 적격자가 없다는 등 이유로 추가 모집 공고를 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9월 1일 비상임이사 2명에 대한 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9월 16일 추가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선발 인원의 3배수인 6명을 추려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한 인원이 5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추가 모집을 하고 난 뒤에야 가까스로 최종 후보를 선정해 기재부의 마지막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임원을 재공모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상임이사 3명과 처장급 5명 등 8명을 외부 공모키로 하고 지난 8월 모집 공고를 냈지만 상임이사 2명은 평가 기준에 맞는 외부 지원자를 찾지 못해 9월에 다시 재공모를 실시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내 지원자 수는 충분했지만 원자력이 워낙 전문분야라서 그런지 업무경험이 있는 외부 지원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수원 사장도 지난 4월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5월 재공모를 낸 끝에 가까스로 김균섭 신성그룹 부회장을 선임했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지난 4월 적합한 사장 후보자를 못 찾아 공모기한을 두 번이나 연장했다. 1차 공모에 지원한 사람은 불과 1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원장 모집 공고 끝에 가까스로 적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정권 말 공공기관 임원직에 공모자가 적은 것은 낙하산과 관련이 크다. 임기가 보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정권 말에 공공기관 고위직에 올라봐야 차기 정권 초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낙하산들로 인해 임기는 길어야 1년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정권 말 밀어내기 낙하산들로 인해 외부 지원자가 적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말에는 대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권력이 바뀌더라도 무조건 사람을 내치지 말고,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풍토가 공공기관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