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섣부른 공약 ‘풍선효과’만 불러
입력 2012-10-29 18:32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힘들어졌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또다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6∼2010년 비정규직보호법의 혜택을 받은 근로자는 16.1% 증가한 반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55.6% 늘었다. 2007년 40%까지 높아진 정규직 전환율도 2010년에는 32%로 떨어졌다. 정규직 전환율은 법 시행 직전인 2006년의 35%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로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도 “법 시행 이후 계약직이 간접고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2배 늘었다”며 “법적 보호장치가 가장 취약한 용역근로자는 지난해 67만여명으로 5년 전보다 17만5000명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는 법 제정 때부터 우려됐던 부작용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5년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은 법이 제정된 이후에 제도에 적응하면서 수십 종류의 간접고용 근무형태를 개발하고 적용해왔다.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역시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잘못된 행태를 보였다. 그러는 동안 비정규직은 지난 8월 공식통계에서 591만여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상대적 저임금, 고용불안, 열악한 근로조건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대선 후보들은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표를 의식해 ‘획기적 해결책’을 공언해서는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고용불안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4대 보험을 우선 해결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먼저 세우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주도 아래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며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