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병열] 4대강 체육시설은 국민의 것

입력 2012-10-29 18:35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축구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국민들은 한·일 축구전을 단순한 스포츠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축구에서 승리하면 승전을 한 것 마냥 온 국민이 흥분하고, 패배하기라도 하면 선수들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기를 못 편다. 국민들은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국가 간의 전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국의 사상가 양계초도 ‘신민설’이라는 글에서 “국민의 체력은 그대로 국력이다. 병든 국민이 모인 나라는 병든 나라이다. 튼튼한 국민들은 강력한 국가를 만든다”고 국민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메달 13개로 런던올림픽 5위의 신화를 쏘아 올리면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대표들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체육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냉전시대에는 스포츠가 곧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의 개수가 곧 국가의 힘이었기 때문에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전문인 중심 체육 강국’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한다. 김연아, 손연재 선수를 빼면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를 뒷받침해줄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온다. 전문인 체육의 한계는 이처럼 선수층이 얇다는 점이다. 양계초의 언급처럼 국민들의 체력이야말로 진정한 국력이다. 일부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만을 가지고 국력이라고 우쭐하지 말자는 것이다.

진정한 스포츠 강국은 전문인 중심의 체육, 또는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및 개최가 아닌 시·군·구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풀뿌리 체육의 성장에 기반을 둬야 한다. 물론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으로 인기 종목에 국한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4대강 체육시설은 생활체육 확산에 매우 긍정적이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생활체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웰빙 바람을 타고 괄목할 만큼 증가했다. 운동시설 부족이 국민들의 생활체육 확산 욕구에 큰 걸림돌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4대강 주변에 생활체육시설이 들어서면서 이제 운동시설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1757㎞에 이르는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과 234개 공원지구, 전국에 설치된 축구장, 야구장, 캠핑장은 생활체육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이다. 방치되어 있던 4대강 유역이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생활체육 발전에도 큰 기회를 맞은 지금, 활용계획을 잘 세워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대강 체육시설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4대강변 체육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관리도 해나가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올해 전국 4대강 자전거길을 무대로 펼쳐졌던 ‘2012 투르 드 코리아’ 행사처럼 생활체육 국제대회도 개최하는 등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4대강 체육시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길 기대한다.

유병열 한국체육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