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학교부적응,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치유됐어요”… ‘학생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열려
입력 2012-10-28 18:26
인천 부원중학교 오케스트라 ‘효(孝)’에서 2년째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3학년 A군(15)은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뒤 주위로부터 ‘표정부터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학교에서 유명한 ‘사고뭉치’였던 A군이지만 2010년 겨울 처음 잡은 바이올린 활은 그의 생활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자란 탓에 비싼 악기는커녕 클래식 음악조차 평소 접한 적이 없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이후 A군은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발견했다. 바이올린에 재미를 붙인 뒤 연주 원리가 전혀 다른 관악기 클라리넷과 오보에까지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것.
A군을 지도하고 있는 형인이(32·여) 교사는 “A군이 현악기와 관악기 등 여러 종류의 악기를 동시에 다루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지난 여름방학 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나와 연습에 매진하는 끈기에 선생님 모두가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효 오케스트라의 2년차 단원 B군(14) 역시 동급생들과의 학교폭력에 자주 연루돼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던 문제아. 그러나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플루트를 불며 몰라보게 차분해지고 교우관계가 원만해졌다. 집중력도 향상돼 중위권이던 성적이 전교 30등으로 훌쩍 상승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전국 학생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 참가한 부원중을 비롯해 전국 46개교 학생 오케스트라의 풋풋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부원중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을 연주했다.
학생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을 펼친 학생들은 대부분 문화예술 소외 지역 출신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음악 활동을 통한 인성교육을 위해 지원한 것에 힘입어 조직됐다. 교과부 지원을 받는 학생 오케스트라는 특수학교를 포함, 전국 300개교에 달한다. 교과부는 지원 대상 학교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오케스트라 지도 교사들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 계발은 물론 ‘왕따’나 ‘학교 부적응’을 치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원중 형 교사는 “오케스트라가 해내는 ‘합주’라는 것이 결국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