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女대통령 탄생이 쇄신” 朴, 과거사 돌파 시도
입력 2012-10-28 19:25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주말 내내 ‘여성 대통령’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야말로 정치쇄신이자 변화”라는 점을 내세워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과거사 논란에 발목 잡힌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28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모두가 변화와 쇄신을 주장하지만 여성 대통령만큼 큰 변화와 쇄신은 없다”며 “부드러움과 강력한 리더십, 부패와 권력 다툼에서 자유로우며 국민과 동행하는 여성 대통령의 시대로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여성들을 정부 요직에 중용하겠다.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고도 했다.
‘어머니와 같은 리더십’도 꺼냈다. 박 후보는 “모두가 힘들다고 손사래 칠 때도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몸을 던지는 게 우리 여성들”이라며 “내년에 또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데 지금이야말로 민생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어머니와 같은 희생,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 엄마’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를 닮은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을 돌본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캠프 관계자들의 조언이 일정 정도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박 후보는 앞서 서울 풍납동 올림픽공원에서 한국워킹협회 주최로 열린 ‘위드베이비 유모차 걷기대회’를 찾아 “가정과 일이 양립하는 나라가 돼야 여성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직장 다니며 아가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자 기쁨이 되는 나라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후보들 대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인들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박 후보는 또 이날 오전 삼성동의 한 영화관을 찾아 직접 팝콘과 콜라를 판매하는 아르바이트 체험도 했다.
그동안 박 후보 본인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여성 대통령’을 부각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다. 남성 후보에 비해 약해보이는 데다 평소 박 후보가 ‘여성성’을 강조해온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조차 “‘박정희의 딸’이었지 ‘여성 정치인’은 아니었다(한 재선 의원)”거나 “여성으로 보지 않았다. 중성 당 대표로 생각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때문에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 행보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야권에선 비판이 쇄도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을 상징하고, 남성 중심 정치의 폐단을 뛰어넘는 걸 의미한다. 박 후보 삶의 궤적 어디에서도 그런 상징성과 대표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