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시간 싸움’… 文·安, 투표마감 오후 8∼9시로 연장 요구

입력 2012-10-28 22:14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 또는 9시로 연장하는 문제가 여야의 날선 공방 속에 대선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28일 한목소리로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두 후보 진영은 약속이나 한 듯 대선 전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법안을 처리하자고 촉구하면서 이 문제에 소극적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압박했다.

야권 후보 측은 국민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예산과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투표율 상승이 가져올 유·불리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안 후보는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해 “현재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투표시간을 최소한 오후 8시까지로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1971년 정해진 12시간 투표가 40년째 꼼짝하지 않고 있다”며 “100% 대한민국을 말하는 박 후보는 100% 유권자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충남 세종시에서 열린 대전·충남·세종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수백만 국민이 투표할 수 있으려면 오후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박 후보에게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영경 공동선대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안철수 캠프의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 출범을 환영한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 3일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특별본부를 설치했으며 15일부터 안도현 선대위원장, 유정아 시민캠프 대변인 등이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들고 나온 것은 서툰 목수가 연장을 탓하는 격”이라면서 “민주당이 현 제도에서 정권 교체도 하고 제1당도 됐으면서 대선을 50일 앞두고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건 뜬금없다”고 비판했다. 또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선거법을 개정하려면 대선후보 등록 이후 후보직 사퇴 시 국고보조금을 환수토록 고쳐야 한다”고 역공했다.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지 덥석 ‘투표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잘 상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여야는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무산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