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0] 불붙은 롬니… 방화벽 오바마 ‘엎치락 뒤치락’
입력 2012-10-28 19:15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10일 앞둔 27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언론매체와 여론조사기관의 대선 판세 전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예측불가(too close to call)’, ‘초박빙(razor-thin, neck and neck)’ 등의 단어다.
일단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앞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합주에서의 우세를 토대로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고 있으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바탕해 롬니 캠프는 3주 전 1차 대선토론 이후 불붙은 롬니 열기가 계속되고 있고 주요 경합주에서도 판세 역전이 눈앞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롬니의 ‘모멘텀(momentum)’이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롬니 상승세가 한풀 꺾였으며 다른 것은 몰라도 핵심 경합주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우세는 흔들리지 않는 단계로 복귀했다는 지적이다.
◇롬니의 ‘모멘텀’ 멈췄나?=하루에도 1∼2시간 간격을 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요즘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 롬니의 모멘텀이 여전한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모멘텀은 물리학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멈추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려는 경향을 말하는데 선거과정에서는 한 후보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가리킨다.
중립적 선거분석 온라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 설립자인 네이트 실버는 이날 최근 며칠간 초경합주들에서 시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버는 자신이 개발한 예측모델을 이용, 2008년 미 대선과 상·하원 선거 결과를 단 한 곳을 빼고 모두 맞힌 선거여론조사 권위자다.
실제 이날 발표된 경합주를 대상으로 한 17개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바마는 11개, 롬니는 4개에서 상대를 눌렀다. 2개 조사에서는 동률로 나타났다. 특히 오바마는 핵심 승부처인 오하이오주에서 시행된 3개 조사에서 모두 2∼4% 포인트 차이로 우세를 보였다. 신뢰도가 높은 CNN방송 조사에서는 4% 포인트 차이로 롬니를 눌러 지난 조사 때보다 3.5% 포인트나 격차를 더 벌렸다.
롬니가 우세를 보인 4개 여론조사는 모두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에서 시행된 것으로, 이들 지역은 이미 대부분의 조사기관이 ‘롬니 우세’로 분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발표한 버지니아주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가 탄탄한 리드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투표자 1228명을 대상으로 22∼26일 시행된 이 조사에서 51%가 오바마를 지지한 반면 롬니 지지는 49%에 그쳤다. 이 같은 경합주 조사 결과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롬니의 모멘텀이 이미 줄어들고 있다고 한 실버의 분석이 맞아들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오하이오와 버니지아에서 패하면 롬니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6일의 WP·ABC방송 여론조사 담당자 개리 랭거도 1차 토론회 이후 시작된 롬니 열기가 ‘안정화’됐거나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ABC 조사에서 롬니와 오바마 지지율은 49%대 48%로 격차가 전날의 3% 포인트에서 1% 포인트로 줄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선거인단의 경우 오바마가 295명, 롬니는 248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RCP는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최신 지지율을 취합해 매일 평균치를 공개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전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295.4대 242.6으로 오바마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 걸려=하지만 경합주에서의 격차가 오차 범위 내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대선 승패는 양당의 ‘투표율 높이기(get-out-the-vote)’ 노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지하는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을 높이기를 위해 양 후보 캠프는 해당 유권자의 정보를 파악해 전화걸기, 가가호호 방문, 투표 안내와 편의 제공 등 전력을 다하고 있다. 투표율 제고 활동은 많은 인원과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조직을 짜고 정보를 모으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다수 선거전문가들은 오바마 캠프와 민주당이 한발 앞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민주당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800여곳의 지역 선거사무소를 운영 중인데 이는 공화당의 2배에 달한다. 투표일인 11월 6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는 조기투표 제도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조기 투표율은 33%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인 청년층의 투표 당일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오바마 지지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를 비롯한 경합지역에서 양당 캠프가 전체 주를 겨냥하는 대신 경합지역 카운티 주민의 필요와 특징에 맞는 ‘카운티 맞춤형’ 현장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