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아무리 당의 선전 도구라지만…

입력 2012-10-28 19:16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특검 조사실에 출석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지난 26일 중국 유력지 1면을 장식했다.

해당 신문은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 중국 내에서 유명 언론그룹으로 꼽히는 광명일보(光明日報)와 남방일보(南方日報) 두 회사가 합작 투자해 2003년 창간한 종합지다. 비교적 균형 잡힌 보도를 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일대에서 상당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뉴스도 아닌데 이 사진을 굳이 1면에 배치한 이유는 쉽게 짐작됐다. 현직 대통령 아들도 특검 조사를 받는다는 이웃나라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었다. 중국이라면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런젠위(任建宇·25)라는 대학생이 화제다. 그가 충칭(重慶)에서 ‘노동교양형’ 2년에 처해진 게 발단이 됐다. 지난해 텅쉰(騰訊) 웨이보 등에 ‘부정적인 소식 100여건’을 퍼 날랐다는 게 이유였다.

런젠위가 이에 불복해 충칭노동교양위원회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내자 네티즌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런젠위가 웨이보에 올린 것들은 인터넷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라며 “마우스 좀 움직였다고 노동교양형을 받게 한다면 충칭노동교양소는 머지않아 수용인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서 인터넷 관리를 맡고 있는 국가인터넷뉴스판공실은 지난 24일 전국의 관련 부서 책임자와 인터넷 뉴스 사이트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18차 당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우호적인 인터넷 여론을 조성하고 선전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중국 언론은 당의 선전활동을 위한 도구로 출발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생각하면 이러한 조치들이 생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패와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언제까지 언론에 재갈을 물릴지 궁금해진다.

올 들어 중국 정계를 뒤흔든 ‘보시라이 사건’도 그렇다. 중앙기율검사위는 그가 랴오닝성 다롄(大連)시장으로 있었던 1990년대 초부터 비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언론의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 바로 이 점이 체제위협 요소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