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잔액 줄었다더니… 실제 액수는 9월보다 증가

입력 2012-10-28 19:00

줄어들고 있다던 가계대출이 실제로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금자리론·적격대출처럼 시중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넘겨 유동화되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이 채권은 가계대출 잔액에서 빠진다. 사실상 ‘숨어 있는 가계대출’인 셈이다.

최근 보금자리론·적격대출이 급격하게 늘자 시중은행장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하고 나섰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잠정치)은 458조5000억원으로 전월 459조3000억원보다 8000억원 줄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하기는 지난 3월 이후 반 년 만이었다. 한은은 지난 10일 이 수치를 발표하면서 “주택거래가 부진해 주택담보대출이 줄었고, 추석상여금 등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증가했다. 한은 발표 자료에 ‘모기지론 채권 양도분’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각 은행은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로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 뒤 이를 채권으로 주택금융공사에 넘긴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채권을 받으면 이를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유동화해 투자자에게 되파는 식으로 리스크를 줄인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 잔액에서 보금자리론·적격대출 금액은 빠지게 된다.

모기지론 채권양도분을 감안하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8월보다 2조2000억원이 늘어난다. 따라서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도 전월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한다. 모기지론 채권양도분을 감안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증가폭은 알 수 있어도 총액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기 위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장려하며 모기지론 채권양도분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7조4000억원이었던 모기지론 양도분은 올 들어 9월까지 10조5000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장들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시중은행장들은 지난 19일 김중수 한은 총재와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유동화 조건부 적격대출 등 모기지론 채권양도분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