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빙하기’… 2013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공포

입력 2012-10-28 19:00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이 ‘심리 부양책’에 불과하고 ‘희망고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각계 전문가들은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정부 일각에서는 3분기가 저점이라고 전망하는데 그렇게 기대할 여건이 아니다”며 “4분기에 횡보할 수는 있지만 내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4분기에 연말 밀어내기 수출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는다 해도 추세적으로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전망팀장은 “4분기가 3분기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대외여건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라며 “유로존 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국제금융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은 물론 그 이상의 타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 전망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2013년 및 중기 재정운용 분석’ 보고서에서 예산정책처는 2016년까지 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매년 19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4년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과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2013년 관리재정수지를 18.5조원 적자로 추정했는데, 4.8조원 적자를 전망한 정부의 수치와는 무려 13.7조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정부가 경제성장률, 세외수입 규모 등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0%로 책정하고 예산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예산정책처를 비롯한 국내외 민·관 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 지속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늦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도 3% 미만의 증가율이 계속된다면 환율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3만 달러 도달에 10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의 4% 성장률 전망에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게 하려는 ‘강한 긍정’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 대선과 유로존 위기 등 대외요인 외에 우리나라도 대선 이후 새로 출범할 정부가 어떤 정책 방향을 채택할지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대체로 잘될 것이라는 아주 강한 가정을 전제로 전망치를 내놨다”고 털어놨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