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 거리 ‘아 옛날이여…’
입력 2012-10-28 18:49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가 ‘텅 빈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계속된 불황 탓에 손님들이 발길을 끊은 데다 젊은이들도 주변 ‘가로수길’로 옮겨갔다. 최근 지하철역이 개통되면서 상인들은 전성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쉽게 옛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28일 오후, 손님들로 붐빌 일요일이지만 로데오 거리는 한산했다. 대로변 안쪽에 위치한 호프집 유리에는 먼지가 잔뜩 끼여 있었다. 인근 제과점은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건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대’ ‘영업 종료’를 알리는 건물도 곳곳에 있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건물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제과점은 지난달 20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건물주는 임대가 잘 이뤄지지 않자 3층짜리 건물을 층별로 나눠 매물로 내놨다.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도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모(29·여)씨는 “늦게까지 장사를 해봐야 매달 월세 충당하기도 버거울 정도”라며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신용훈(40)씨는 “특히 대로변에서 떨어져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점포는 하루 종일 일해도 손님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4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기가 너무나 버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로데오 거리는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였다. 그러나 오랜 지하철 공사로 고급스러웠던 환경이 어수선해지고 상습적인 교통 정체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이 발길을 끊었다. 2000년대 초반 인근 신사역 주변에 조성된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상권마저 빼앗겼다.
상인들은 지난 6일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한다. 상인들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 집단 민원을 제기해 지하철역 이름도 ‘청수나루’에서 ‘압구정로데오’로 바꿨다. 부동산업자 김모(51)씨는 “지하철이 뚫려 상권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며 “여전히 권리금은 가로수길의 3분의 1 수준이고 일부 상점은 권리금 없이 거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