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땅 ‘5월 13일’ 미스터리

입력 2012-10-28 21:05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34)씨가 청와대 경호처와 공동 소유 형태로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작성한 계약서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계약서상 계약 날짜는 ‘2011년 5월 13일’이지만, 계약에 관여한 이들은 계약일을 ‘5월 25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1차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파기하고 재작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광범 특별검사팀 역시 이 부분을 미심쩍게 생각하고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씨와 경호처는 지난해 5∼6월 내곡동 사저 부지 9필지를 계약서 5장(시형씨 명의 3장, 경호처 명의 2장)으로 나눠 계약했다. 이 중 시형씨 명의의 20-17번지(10억1775만원), 20-30번지(2200만원)의 계약일은 5월 13일인 것으로 계약서에 적혀 있다. 등기부 등본에도 ‘5월 13일 매매’라고 나와 있다. 다만 계약금은 같은 달 26일 입금하기로 이례적인 ‘특약’을 맺어 놨다.

그런데 매도인 유모(57)씨 측 공인중개사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계약은 5월 25일 체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계약서에 ‘5월 13일’로 나오는 이유를 묻자 “그날 계약은… 특검에서 다 진술했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땅값 송금 업무를 맡았던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의 변호인도 “5월 25일 계약이 있었고, 그 다음 날 계약금(1억원)을 송금한 걸로 김 전 행정관이 진술했다”고 말했다.

시형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도 시형씨와 경호처 명의의 부지 모두 최초 계약일이 5월 25일로 돼 있다.

그러나 5월 25일을 최초 계약일로 보기엔 여러 의문점들이 있다. 검찰 조사 때도 일부 참고인이 ‘5월 13일’의 존재를 언급했다고 한다. 특히 5월 13일로 찍힌 시형씨 명의 계약서와 5월 25일 날짜로 된 경호처 계약서를 비교해 보면 매도인 유씨의 서명 필체가 육안으로도 확연히 다르다. 시형씨와 경호처 명의의 계약서가 같은 날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5월 13일 시형씨 명의의 계약서를 1차로 작성했다가 25일 혹은 그 이후 폐기하고 새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에는 경호처가 같은 달 24일 매수인 측 중개업자에게 팩스로 보낸 서류에 20-17번지(528㎡)의 지분율을 시형씨 53%, 경호처 47%로 기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계약서에는 시형씨 62.5%(330㎡), 경호처 37.5%(198㎡)로 돼 있다. 즉 20-17번지에 대해 시형씨 부담액은 그대로 두고 소유 지분은 늘려주는 식으로 계약서가 변경됐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한 대목이다. 20-17번지는 같은 달 26일 기존 밭(田)에서 대지로 형질이 바뀌는데, 계약 후 하루 만에 지목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특검팀 관계자는 28일 “계약 날짜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도 정확한 사실 관계와 그 배경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6억원을 빌려준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 30일 나와 줄 것을 통보하고, 일정을 협의 중이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