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못 피하고 숨진 중증장애인… 제2 참사 막으려면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해야

입력 2012-10-28 18:40


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24시간 활동보조를 보장하는 한편 장애등급 1급으로 한정되어 있는 활동보조 신청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전 2시10분쯤 서울 행당동 원룸형 주택 1층에서 화재가 나 장애인 인권활동가 김주영(33·여)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1급 뇌병변 장애를 안고 있던 김씨는 119에 화재신고까지 했지만 네다섯 발짝 떨어져 있는 현관문 밖으로 피하지 못했다. 김씨의 신체활동과 가사활동 등을 돕던 활동보조인이 김씨의 집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김씨는 활동보조인으로부터 목욕이나 식사, 청소, 세탁, 외출 시 도움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 지원 활동보조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지자체의 추가 지원 시간까지 포함해도 한 달 360시간밖에 안 된다. 보조인이 곁에 없을 때는 혼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견뎌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불행이 김씨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에도 1급 근육장애를 안고 있던 허정석(30)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로 숨졌다. 운신이 힘든 장애인은 곁에 아무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숨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은 김씨의 사고 후 성명을 내고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 확대와 활동보조 신청대상 확대를 촉구했다.

정치권도 “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보조를 보장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정부 내부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8일 2급 장애인도 혼자서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현재 1급 장애인으로 한정돼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을 장애 2급까지 확대하라는 것이다. 권익위는 또 장애인 재판정에 필요한 검사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의 개선안도 같이 권고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