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윤디·화려한 랑랑, 손끝으로 베토벤을 부르다

입력 2012-10-28 18:33


랑랑과 윤디.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1982년생 동갑으로 만 30세, 그리고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하지만 스타일은 정반대다. 윤디의 연주가 낭만적이고 사색적이라면 랑랑은 화려하고 기교적이다. 윤디가 쇼팽 전문가라면 랑랑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들인 두 사람이 한 달 차이로 한국을 찾는다. 레퍼토리는 둘 다 베토벤. 보통 베토벤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40∼50대는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서른 살 두 음악가가 베토벤을 고른 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연주의 윤디

중국 충칭에서 태어난 윤디는 열여덟 살에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중국인 최초의 우승이자 최연소 우승이었다. 15년간 공석이었던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리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거머쥐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쇼팽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윤디는 이후 미국 뉴욕 카네기홀, 영국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 등 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리사이틀을 가졌고,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과 협연 무대를 가졌다. 뉴욕타임스는 “우아하면서도 강렬하고 차분한 표현과 뜨거운 열정이 공존하며 기술적으로 놀라운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쇼팽과 리스트 곡을 주로 연주했던 윤디는 올해 베토벤으로 레퍼토리를 옮겼다. 그는 “서른 살을 맞았고 음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고전주의 피아노곡의 상징이자 낭만주의의 문을 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할 때가 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독일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베토벤 소나타 음반을 발매했고, 협주곡 음반도 준비 중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베토벤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불리는 ‘비창’ ‘월광’ ‘열정’ 소나타를 연주한다. 윤디는 “세 곡 모두 아름다운 선율과 탄탄한 구조로 낭만주의 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며 “중국의 철학을 베토벤의 음악과 결합한 연주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음색의 랑랑

랑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갖고 있고, 가장 몸값이 비싼 피아니스트로 통한다. 중국 선양에서 태어나 세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다섯 살 때 지역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열세 살에 차이콥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미국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100인’에 선정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2009년 노벨평화상 축하공연 무대에도 섰다. 뉴욕타임스는 “세상에서 가장 핫(hot)한 클래식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랑랑은 피아노 위에서 보여주는 테크닉과 감성, 천부적인 음악성, 톡톡 튀면서도 발랄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장되다 싶을 만큼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도 유명하다. 연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자선단체를 설립해 6∼10세의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수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대진)과 협연한다. 러시아 작곡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도 들려준다. 그는 “베토벤은 고전과 낭만을 잇는 위대한 작곡가이다. 베토벤의 고전성을 유지하되 낭만성을 표현하고, 베토벤의 정확성 아래 자유로운 감정 표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악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독주와 협주곡 연주를 주로 하지만 점차 실내악의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