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김응용 한화 새 감독 “한국시리즈 우승팀 내년에 붙자”

입력 2012-10-28 18:28


김응용.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감독이라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장이다. 그리고 2004년 국내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현장 감독이 구단 사장으로 임명돼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다 2010년 은퇴했다. 그런 그가 올해 꼴찌 팀인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한국나이로 무려 일흔 두 살에 프로야구 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던 지난 24일 김 감독을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 한밭구장에서 만났다. 첫 인상은 강성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매우 부드러운 이웃집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 중간 강력한 카리스마와 승부에 대한 열정은 수십 년 전 TV에서 봤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을 못하면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드시 한화를 우승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지금 한국시리즈가 한창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언제입니까.

“뭐니 뭐니 해도 1983년(해태 감독) 처음 우승할 때지. 처음 감독을 맡아서 사람도 없는데 이겼어. 그때 MBC를 4승 1무로 누르고 우승했던 거 같아. 그리고 또 기억나는 시즌은 2004년(삼성 감독)이지. 현대하고 붙었는데 9차전까지 갔어. 경기 시작 후 4시간이 지나면 새 이닝에 못 들어간다는 규칙 때문에 그렇게 됐지. 마지막 9차전 때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데 물 빼고 경기하고, 또 물 빼고 경기하고. 한국시리즈 하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어. 결국 지고 곧바로 감독자리를 (선)동열이한테 넘겨줬지.

-감독님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허허. 하긴 그렇지. 옛날에 한국시리즈에서 실패한 감독들 많이 짤렸지. 김영덕, 박영길….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회사들이 성급했었는지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

-그렇게 많이 우승한 이유는 뭔가요. 또 큰 경기에 강한 이유가 있습니까.

“뭐 선수들 덕분이지. 한국시리즈는 선발, 중간 계투가 없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나도 마무리는 어느 정도 정해놨지만 선발 조를 중간에 넣고 했었어. 또 1년 내내 잘하는 선수가 죽을 쑤기도 하지만 꼭 한 명씩 미친 선수가 나오더라고. 허허. 그러고 보니 동열이는 한국시리즈에서 그다지 활약을 못했던 기억이 나네. 한국시리즈 때만 되면 컨디션 회복이 안됐었지.

-올해 우승팀을 예상한다면 어디입니까.

“글쎄 일단은 삼성이 유리하지. SK는 투수들이 지쳐서 불리할거 같아. 그래도 야구는 몰라. SK 투수진이 제대로 돌아가면 시합을 쭉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김 감독은 89년 해태 시절에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정규리그 1위를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번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 이만수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만수는 77년 내가 대표팀 감독 할 때 선수였어. 만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파이팅이 아주 좋았지. 중일이는 내가 삼성 감독으로 갔을 때 2군에 있더라고. 그래서 1루 베이스 코치로 불려올렸지. 아주 열심히 했다는 기억이 있어. 아무튼 둘 다 성격이 아주 좋았어.”

-감독 취임 일성으로 한화를 우승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프로면 당연한거 아닌가. 목표는 오직 우승이야. 그리고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자신 있어. 이번에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팀이랑 내년에 붙자고 해. 자신있어. (약간 겸언쩍은 듯 웃으며) 야구 자신감 갖고 안하면 어떻게 하겠나. 사실 감독은 똑같아. 운이 좋아서 우승하는거야. 뭐 우리 전력에 우승하겠냐는 말도 있지만 컨디션이 좋고, 어린 선수들이 잘 해주고, 거기에 외국인 투수가 제 역할만 한다면 우승할 수 있어.”

-한화 선수들은 어떻습니까.

“와서 보니까 열심히 훈련하더라고. 열심히 못하면 죽는 거야. 가을 훈련을 잘 끝내주는 게 내년 시즌을 대비해 아주 중요해요. 다만 선수 몇 명이 빠진 게 아쉽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 허허.(이 말을 하면서 김 감독은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그의 눈을 쫓아가니 등 번호 73번인 이종범 코치가 외야에서 열심히 펑고(야수들의 수비 연습을 위하여 코치가 공을 쳐 주는 일)를 하고 있었다.) 종범이가 아주 열심히 해. 선수들도 배울 점이 많을 거야. 그러고 보니 한국시리즈때도 맨날 종범이가 내·외야를 휘젓고 다녀서 많이 이겼네.”

-그렇다면 선동열 감독과 이종범 코치 둘 중 한 명을 선택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동열이 없이는 이겼는데 종범이 빠지고는 못 이겼어. 종범이가 팀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 특히 수비를 흔들어놨어.”

-감독 취임 후 김성근 감독과는 만나보셨습니까.

“아니. 바빠서 전화통화만 했어. 선수 좀 잘 키워서 보내달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더라고.”

-김성근 감독도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하십니까.

“거기는 현장이 아닌가. (선수들을 잘 다듬고 키우는) 거기도 현장이야. 얼마나 중요한데. 프로에는 때가 되면 돌아 올 거야.”

-역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투수는 동열이야. 기록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선동열이야. 아직 그보다 더 좋은 투수는 안나왔어. 류현진이는 아직 기록이 안나왔지. 타자는 장효조가 제일 나은 거 같아. 음 그래도 김태균, 장종훈…. 그러고 보니 타자는 그 시대마다 다른 거 같네.”

-올해 일흔 두 살이십니다. 고령이라고 걱정이 많습니다. 또 현장 복귀가 8년 만입니다.

“무슨 소리. 난 마흔 두 살이야. 감독을 서른 두 살 때부터 했는데 그 때보다 10년 밖에 안지났다고 생각해. 난 LG 김기태 감독과 동갑이야. 허허. 그런데 일하는데 나이가 무슨 관계가 있나. 젊은 감독이 했다가 나이 든 감독이 할 때도 있어야해. 또 나이 든 감독은 경험에서 유리하고, 패기는 젊은 감독이 나아.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감독이 팀을 맡아야지. 그리고 삼성 사장할 때도 난 매일 야구장에서 살았어. 현장감 이야기는 걱정 안 해도 돼.”

-언제까지 감독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화에서는 2년 계약 내에 우승하고 떠날 거야. 그 이후는 또 그때고 지금은 딴 생각 안 해.”

대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