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 저성장 늪에 빠지게 해선 안된다

입력 2012-10-28 19:43

후보들은 장밋빛 공약 접고 성장 견인책 내놔야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올 2분기와 비교한 3분기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0.8%)부터 6분기 연속 1%를 밑돌았다. 역대 최장기 저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심리나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98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CSI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하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종합경기 전망치 원지수가 92.5를 나타내며 6개월 연속 100보다 낮았다. BSI가 100 이하면 전달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 수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수출, 내수, 투자, 고용, 자금사정, 채산성 등 전 부문에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태로 가다간 한은이 최근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률 2.4%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저성장 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적한 대내외 악재들이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재정위기,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 가계부채 급증, 소득 감소, 고령화 문제 등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경제 성장을 견인할 비전과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나랏빚을 내지 않고는 감당하지 못할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으며, ‘과거사’에 집착하며 볼썽사나운 정치 공방만 펼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선거일까지 기존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짓누를 것이란 말이다. 정치권은 한국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빠져들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임기 말이라고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독려해야 하며,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로존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중간기업(Mittelstand)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독일 중간기업들은 틈새시장 공략과 수출 국가 다변화 등을 통해 독일 수출액의 2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수출 경쟁력과 고용 증대에 일익을 담당할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