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이명수 서울시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장 “공부 양보다 주변 환경 고쳐야”

입력 2012-10-28 18:25


이명수(43) 서울시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무조건 공부의 양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긴장감 속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변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3일 만난 그는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되 공부 외에도 (인생에서) 다른 옵션이 있다는 점을 함께 설명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학업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 학교폭력을 막는 것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교폭력은 잘못된 것이므로 못하게 막으면 된다. 그러나 학업 스트레스는 인터넷 중독과 유사하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적당하게 쓰도록 지도해야 하는데 어떤 수준이 적정한지도 불분명하다.”

-적정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아이들이 건강한 형태로 자신의 성취를 바라볼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 스스로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도록 키워야 한다. 성장과정에서 잘한 점은 인정받고, 잘못된 부분은 지적과 지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매일 지각하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어쩌다 하루 지각을 안 했다면 칭찬받아야 한다. 지각을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부모가 많다. 사소한 성취라도 굳이 찾아내 칭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4살 때부터 시작하면 좋고 일관성도 중요하다.”

-공부의 양을 줄이는 것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나.

“학업뿐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우울증에 빠졌을 수 있다. 오히려 매일 닦달하던 부모가 자녀 공부에 신경을 꺼버린다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방전(妨電)’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에너지를 전부 소모해버렸는데 주변에서 ‘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다른 옵션이 있다는 것은.

“공부를 못하면 경쟁에서 밀리고 사회에서 패배자로 낙인찍힌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를 부모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추길 수 있다. 그러면 자살 등 부정적 판단의 요인이 된다. 누구나 고유의 능력과 재능이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문화 환경에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우울감을 드러내나.

“성인 우울증과 좀 다르다. 비행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술·담배를 하거나 행동이 불량해지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식이다. 삶 자체를 허무하게 여겨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청소년기 반항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울증인지 살펴야 한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