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요즘 바쁘시죠?
입력 2012-10-28 18:18
“요즘 바쁘시죠?” 최근 많이 듣는 인사말이다. 그런데 정작 뭐라고 답해야 할지 궁색할 때가 있다. “바쁘지 않습니다”라고 하기도 뭐하다. 사실 한가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 바쁩니다”는 좀 어색하다. 정신없이 바쁜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게 바쁘게 보이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와 함께 있는 것조차 미안해할 것 같아서다.
문제는 무엇에 그렇게 바쁘냐는 것이다. 요즘 참석해야 할 모임이 많아지면서 든 생각이다. ‘꼭 필요한 모임인가. 내가 지금 참여해야만 하는 모임인가. 이 시간에 책이라도 더 보고, 교인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선택과 집중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언젠가 목회자는 바빠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몸도 그렇지만 생각이 바빠지면 분별력을 잃거나 주님과 깊은 교제의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영혼이 피폐해지고 따라서 모든 것이 황폐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기쁨이 사라지고 억지만 남는다. 기쁨이 없는 삶이나 사역은 오히려 고통이다. “요즘 바쁘시죠?” 대신 “요즘 기쁘시죠?”라고 인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