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창립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컴패션은 내달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사랑성전에서 ‘나도, 한 사람 스완슨’이란 주제로 ‘컴패션 60주년 감사예배’를 드린다. 이날 감사예배 외에 컴패션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 ‘ONE MAN’과 ‘나도 한 사람 스완슨 물품 전시회’가 함께 열린다.
전시회는 한국전쟁 당시 고아들이 구걸할 때 쓰던 ‘깡통’과 이 어린이들을 후원해준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전했던 ‘꽃신’ 그리고 당시 한국의 어린이들을 양육했던 ‘교재’ 등 사연을 간직한 물품들을 통해 컴패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물품들은 그동안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국제컴패션이 소장하고 있었다.
특히 ‘깡통’은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한국의 실상을 알리며 모금운동을 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당시 스완슨 목사는 미국 교회 성도들을 향해 깡통을 들어 보이며 “여러분한테는 쓰레기로 버려질 깡통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이것이 아이들의 생명줄입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물품들은 이날 전시 이후 서울 한남동 소재 한국컴패션 사옥에서 상설 전시된다.
컴패션은 긍휼한 마음을 품은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 1952년 10월, 미국의 에버렛 스완슨(1913∼65) 목사는 미군부대에서 설교하기 위해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어느 날 새벽, 평생 잊을 수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꾼들이 거리에 뒹구는 넝마뭉치로 보이는 쓰레기를 모아 재빨리 트럭에 싣고 있었다. 그때 한 넝마뭉치에서 작은 팔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그는 달려가 외쳤다. “멈춰요.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어린아이라고요.”
넝마뭉치 안에는 지난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웅크린 채 잠이 든 모습 그대로 동사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트럭 안에 가득 찬 다른 넝마뭉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주여! 제가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며 눈물의 기도를 드렸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시애틀 교회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참상이 찍힌 영상을 보여주며 도움을 호소했고, 성금이 모아지는 대로 한국에 보내 고아원 증설에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1953년,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한 국제양육기구 컴패션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컴패션은 이듬해부터 개인·가족·교회 단위로 매달 한국의 고아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1대 1 결연을 시작했다. 이 방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컴패션의 후원법이다. 1960년부터는 ‘Warm(Winter aid relief Money)’ 프로젝트를 매년 실시하며 가을마다 어린이들에게 옷과 선물을 보냈다. 이는 현재까지 ‘크리스마스 및 생일 선물금 보내기’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했던 나라, 한국은 1988년 올림픽을 치를 만큼 고도성장을 이뤘다. 컴패션은 한국에서 시작된 역사를 뒤로 하고 1993년 마침내 철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0년 뒤 2003년 한국 컴패션이 10번째 후원국으로 설립됐다.
한국은 수혜국에서 후원국이 된 유일한 사례로 또 다른 수혜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컴패션은 세계 26개국 130만명 이상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1대 1로 결연해 성인이 될 때까지 전인적(지적, 사회·정서적, 신체적, 영적)으로 양육하고 있다. 후원국 11개국 가운데 한국컴패션은 후원규모 2위를 차지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창립 60주년 맞은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 세계 2위 빈곤국 ‘한국 고아’ 위해 창설
입력 2012-10-28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