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수렁] 정부는 “3분기가 바닥”… 반론 만만찮아

입력 2012-10-26 19:00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추락하자 정부가 ‘3분기 바닥론’을 내세우고 있다. 선진국 경기부양, 우리의 재정지원 강화대책 등으로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나 시장에서는 아직 바닥은 멀었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급락은 아니지만 내년까지 계속 경기가 나빠진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나 민간 모두 경기둔화 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 전망에는 동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외 경제상황을 점검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경기가 6월까지 하강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달부터는 흐름이 개선돼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올해 3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형성하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바닥론’에 동조했다.

지난 8∼9월 중국 및 동남아 수출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데다 미국의 점진적 경기회복, 중국의 부양책,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서비스 수출 호조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입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등 현재 경기 저점 부근에 있을 가능성이 크며 꾸준한 취업자 증가, 물가안정,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등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경기가 회복되기보다는 저점에서 횡보하는 ‘L자형 저성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3분기 소비가 2분기보다 좋아졌지만 투자·재고가 많이 줄어 기업 분야에서의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준 KDI 동향·전망팀장은 “대외수요 약화와 유로존 위기 때문에 제조업 증가세가 꺾이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며 “내수나 서비스가 그나마 버텨 주는 양상이라서 경기 급락을 막아주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대외 환경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우리 경제가 드라마틱하지는 않아도 회복세로 돌아설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도 성장 추세가 상당 폭 낮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내년 들어서도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 실장은 3분기 바닥론에 대해 “이달 들어 반등하는 게 보여야 하는데 분위기상 아직 바닥이라고 보기는 이른 것 같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선정수 이경원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