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당직제 시행 두 달만에…의료계 반발에 밀려… ‘전문의 당직제’ 원래보다 후퇴
입력 2012-10-26 22:17
전문의가 심야에도 응급환자를 돌보도록 한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후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당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면허취소 등 강경대응키로 했다가 시행 두 달 만에 당직 대상을 줄이기로 하는 등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다. 10여년 만에 이뤄진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두 달 만에 다시 법개정이 검토되는 등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애당초 개편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진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의료계의 불만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복지부는 26일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열고 의료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두 달 전 손봤던 응급의료법을 올해 말까지 다시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전문의 당직’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당직 필수과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행 응급의료기관은 ‘①지역기관 ②지역센터 ③권역 및 전문센터’의 3단계로 나뉜다. 복지부는 이를 2단계로 단순화한 뒤 당직전문의를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진료과목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역기관의 경우 내·외과 계열별로 두 명의 전문의, 지역 및 권역센터는 내과·정형외과·외과 등 일부 과목에만 당직전문의를 두는 방식이다.
복지부가 지난 8월 5일~9월 7일 응급의료기관 437개소를 대상으로 새로 도입된 전문의 당직제를 점검한 결과 야간에 전문의 당직 요청이 가장 많은 과목은 내과, 정형외과, 외과, 소아과, 신경과의 순이었다. 병리과·진단검사의학과·결핵과 등은 야간에 전문의의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복지부가 검토하는 의무과목 축소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선정한 것이다.
인력사정이 어려운 의료기관의 형편이 고려된 것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당직전문의 배치기준은 8월 이전보다 더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8월 전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당직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는 과목은 지역의 경우 2개, 지역센터 5개, 권역센터 8개였다. 현재 개선안들 가운데는 이를 지역 2개, 지역 및 권역센터 5개로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 권역센터의 의무기준은 과거 8개에서 되레 줄어드는 셈이다.
응급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큰 병원을 찾는 경증환자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경증환자에게 진료비를 더 내게 함으로써 권역센터 방문을 억제하는 방식은 외국과 같이 환자 이송단계에서 경증과 중증 분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