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동작동·효창동·창원… ‘10·26’ 참배정치

입력 2012-10-26 21:26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3주기이자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인 26일 유력 대통령 후보 3인은 모두 ‘참배’를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아버지 시대’를 거듭 사과하는 동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애국지사 묘역을 찾았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민주열사 묘역으로 갔다. 각기 다른 참배의 자리에는 정치적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朴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文 “친일청산 제대로 하지 못했다”

安 “역사 바로 세우기 아직 미완”


박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유족 대표로 참석해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였던 아버지께는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께 돌려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정수장학회 문제로 다시 불거진 과거사 논란을 가라앉히고 정책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버지 추도식을 ‘과거사 사과’의 자리로 삼은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부일장학회 ‘강탈’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다시 과거사에 발목이 잡혔다. 추도식 사과로 논란이 정리될지 주목된다. 기자회견 이후 ‘사과의 진정성’ 문제까지 제기된 터라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박 후보는 고명승 성우회장이 추도사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선언과 햇볕정책, 노무현 시대의 10·4 남북선언은 하루빨리 대한민국 땅에서 말살시켜야 할 사건”이라고 비난하는 대목에서 곤란한 듯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서울 효창동 애국지사 묘역을 찾았다.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참배한 뒤 “우리가 해방 이후 친일 청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독립을 되찾은 애국선열의 정신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논란 이후 커지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어 “임시정부 법통을 잇는 노력이 부족해 반성을 많이 한다. 참여정부에서 안중근 의사 매장지와 유해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찾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 측은 애국지사 묘역 참배에 대해 “박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의식해 대비시키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 역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유공자들이 잠들어 있는 경남 창원시 구암동 국립 3·15민주묘지를 참배했다. 4·19 혁명의 토대를 만든 이들의 묘역이다.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라고 썼다. 안 후보도 진주 경상대 강연에서 안 의사 의거를 거론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직 미완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김아진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