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원자바오… 청빈 이미지 내세우며 재산 3조원대 축적
입력 2012-10-26 18:55
10년 만에 권력교체가 이뤄지는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18대)를 앞두고 중국 정계가 파벌 투쟁으로 어수선하다.
‘원예예(溫爺爺, 원할아버지)’로 불릴 만큼 서민적 이미지에 개혁주의자를 자처해온 원자바오(溫家寶·70) 중국 총리 일가가 무려 3조원대(27억 달러) 재산을 축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지난 6월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가족 축재금액 3억7600만 달러의 7배가 넘는다. NYT는 이 심층 폭로기사가 기업 공시 및 규제당국 자료 등을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런 자료들은 해당기관 도움 없이는 입수가 불가능하다”며 “당내 좌파들이 정적들에게 공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부패와 빈부격차가 18대의 주요의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폭발성 높은 기사가 터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NYT 사이트는 중국에서 곧바로 차단됐다.
신문은 “원자바오가 권력 핵심부에 있었던 1992년부터 2012년 사이에 어머니, 아내, 아들, 딸, 남동생, 처남 등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면서 “원자바오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은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은행, 보석, 리조트, 통신회사,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두루 손을 뻗쳤다. 원자바오는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1992년), 국무원 부총리(1998년)를 거쳐 2003년 총리에 올랐다.
NYT에 따르면 원자바오 일가의 가장 큰 재산은 거대 금융회사인 핑안(平安)보험 주식으로, 2007년 기준으로 22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90세인 원자바오의 어머니 양슈란(楊秀蘭, 옛이름 양즈윈)도 1억2000만 달러 상당의 이 회사 주식을 가졌다.
이들은 2004년 핑안보험 상장 전 주식을 사 모았다. 당시 국무원은 핑안보험에 대한 각종 규제를 면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당시 180만 달러였던 평안보험의 시가총액은 현재 600억 달러다.
아내 장페이리(張培莉)는 ‘다이아몬드 여왕’으로 불린다. 보석업 민영화 이전 정부 내에서 보석산업 관련 각종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는 중국광물보석공사 회장이다. 장페이리는 베이징다이아몬드 등 광물보석공사의 많은 자회사에 투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국유기업 중국위성통신그룹(CSC)의 회장이다. 해외유학 뒤 2000년 돌아와 5년 만에 회사 3곳을 세웠고 2개를 홍콩재벌 리카싱 일가에게 팔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