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고무재질 링 모양 ‘실’ 헬륨 고압가스 못견디고 터져
입력 2012-10-26 18:53
발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로호(KSLV-Ⅰ)에 헬륨 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곳은 1단 로켓과 발사대 지상설비 연결 부위다. 이곳은 로켓 하단부 연료(케로신) 공급 라인 연결포트 위쪽에 설치된 분리면(나로호 이륙 시 분리)으로, 직경 30㎝정도 되는 녹색 배관과 연결돼 있다. 이 배관을 통해 연료뿐 아니라 헬륨 가스도 공급되는데 가스가 새지 않도록 고무 재질의 링 모양 실(seal·봉합)로 처리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이 실이 고압 가스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바깥으로 삐져 나오면서 가스가 누설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겉으로 한 개가 터져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몇 개가 파손됐는지는 발사체를 조립동으로 옮겨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2009년 첫 발사 때도 발사 카운트다운 도중 내부 센서가 발사체의 헬륨 가스 탱크 압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오작동해 발사가 중지된 적이 있었다.
항우연은 발사 전날인 25일 연료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리허설을 실시했지만 실제 헬륨 가스가 주입된 뒤 벌어진 이번 사고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주진 항우연 연구위원은 “리허설 과정에서는 실제 발사 때만큼의 고압을 걸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우주발사체들도 연료나 가스 주입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중단된 사례가 종종 있다. 특히 헬륨 가스는 수소 다음으로 질량이 작아 새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우연은 “러시아 측이 여유 부품을 갖고 있으므로 파손된 실 부위를 교체할 수 있다면 수리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한 실 교체 수준에서 해결되지 않고 연결 부위 배관이나 용접 부위 파손 등 다른 원인이 드러나면 복잡해진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실링(sealing)은 배관하고 나서 연결 부위가 새지 않도록 감거나 용접하거나 하는 작업인데 실링하는 물체가 잘못됐는지, 배관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세밀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우연은 1차 발사 때처럼 발사체 내부 헬륨 가스 탱크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만든 나로호 1단 로켓의 경우 한국 기술진이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1단 로켓은 러시아 측이 공동 개발진인 항우연 연구원들에게도 보안상 공개를 철저히 꺼리고 있다. 이상 부위의 재질이나 고장 원인을 우리로선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수리 또한 러시아 측에 맡겨 둘 수밖에 없다.
조 단장은 발사 중단을 놓고 한·러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1단 로켓과 파손된 실을 제작한 러시아가 기술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급된 헬륨이나 기능 체크 센서는 우리 것”이라며 “양국의 협력을 통해 발사 과정이 이뤄지는 만큼 러시아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