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날 잡아갈 건 아니지?” 박영선 “절 잡아가시죠”… 입장 갈린 피의자와 피해자
입력 2012-10-26 20:35
민주통합당 박지원 박영선 두 의원이 지난 18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과정에서 남긴 뼈있는 농담과 인사말이 검찰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다.
복수의 검찰 간부에 따르면 박지원 의원은 국감을 마친 뒤 윤대진 중수2과장에게 “설마 날 잡아갈 건 아니지?”라고 농담조로 인사했다. 윤 과장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면서 웃음 띤 얼굴로 한 말이라는 전언이다. 윤 과장은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박 의원을 소환해 직접 조사했던 검사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등 여러 사건에 연루돼 수사·내사를 받아왔다.
박영선 의원도 같은 날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배웅하던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그러실 바에는 차라리 절 잡아가시죠”라고 말했다. 박 의원 말은 ‘출입국 기록만 조회하지 말고 죄가 있다면 체포하라’는 의미다. 박 의원은 검찰이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수차례 조회한 것은 ‘사찰’이라고 비판해왔다. 한 총장은 표정이 굳어졌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22일 법무부 국감 후에도 권재진 장관에게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두 의원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박지원 의원은 실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고, 박영선 의원은 사찰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다”며 “두 사람의 처지와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라고 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박지원 의원 말은 몇 개월 동안 검찰 수사에 시달린 것에 대한 조크성 인사이고, 박영선 의원 말은 야당 의원 표적 사찰에 대한 일종의 경고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