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혼란에 국채발행 차질
입력 2012-10-26 18:33
일본 재무성에 26일 채권 딜러들이 몰려왔다. 국채 발행 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긴급 회동이었다.
일반적으로 재무성이 국채 발행을 앞두고 딜러들을 불러 사전조율을 해온 것과 달리 이날 회동은 은행과 보험사 등을 대신해 국채를 사들이는 딜러들이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이유는 38조3000억엔(약 524조원)의 국채 발행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정치인들의 무책임이 재정 상황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 계획은 이미 의회에 상정돼 있지만, 계속 처리가 늦춰져 왔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국채 발행 조건으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약속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노다는 계속 외면하는 상황이다.
재무성 고위 관리 이쿠코 시로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발행 일정이 지켜지지 못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다음 달 안으로 국채가 발행되지 않으면 재앙적인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의 돈주머니가 텅 비게 된다는 의미다.
국채 발행이 늦춰지는 것은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1경엔이 넘는 국채를 떠안고 있는 일본의 금융기관에도 악몽이다.
국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채를 쥐고 있는 금융기관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대부분은 일본 정치권이 결국 국채 발행 계획을 예정대로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금융기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의 인시 준 수석 채권 연구전략가는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낙관하면서 정부와 정치인들의 치킨게임을 지켜봐 왔다”며 “이젠 충돌과 경착륙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세금 수입보다 국채 발행, 즉 빌려오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써야 할 곳은 더 늘어나고 있다. 26일에도 일본 정부는 내년에 4000억엔을 쏟아붓는 부양책을 승인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