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흑인이어서 오바마 지지”… 美대선 ‘얼굴색깔론’ 파장

입력 2012-10-26 18:33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최고위 측근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종 문제를 건드리는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

존 수누누 공화당 대선캠프 공동의장은 25일 밤(현지시간) CNN방송 앵커 피어스 모건과의 대담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장관, 합참의장을 역임한 콜린 파월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을 두 사람이 같은 흑인이라는 점과 연결시켰다. 파월 전 장관은 공화당원이다.

그는 “이것이 정치적 이슈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을 선호하는 약간 다른 이유 때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묻자 수누누 의장은 “자신과 같은 인종이 대통령이라면 자랑스러울 것 아니냐. 나는 (같은 흑인인) 오바마 편에 선 파월에 박수를 보낸다”고 대답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트위터 등에서 큰 비난에 직면했다.

최근 롬니 후보에 대한 백인 남성 지지율이 오바마의 배가 넘는 등 이번 대선에서 인종 간 표 분리 현상이 크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이 발언은 이슈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본보 26일자 12면 참조).

앞서 파월 전 장관은 이날 CBS방송의 ‘디스 모닝’에 출연해 “오바마가 이끌어온 미국의 궤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008년에도 오바마에게 투표했고 올해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테러 소탕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파월은 롬니의 외교정책은 ‘움직이는 표적’처럼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방 예산을 깎지 않고 재정 적자를 줄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파월은 “걱정스러운 것은 롬니의 외교정책이 아주 강한 신보수주의적 시각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니지아주 리치먼드로 이동하다 이 소식을 듣고 파월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캠프는 파월의 지지 선언 30분 만에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오바마 행정부 장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국무장관직을 더 수행할 뜻이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나의 유임을 얘기해 왔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은 클린턴 장관의 유임 시사는 오바마 외교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여성 표심을 오바마로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