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교회 이제 상생이다] 모든 교회가 주님 교회 ‘어려운 형제’ 손 잡으라

입력 2012-10-26 18:29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다. 강자독식의 경제구조 대신 약자를 보듬어 상생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논의는 극심해진 양극화를 해소키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교회 역시 ‘경쟁’이 아닌 ‘상생’을 앞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회도 양극화 심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와 농어촌 교회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한국농선회)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면 소재지 이하 농어촌 교회 1만5000여곳 가운데 85%가 미자립교회다. 이는 전국 교회 5만여곳 가운데 60% 정도를 미자립교회로 파악한 2007년 교회건강연구원 수치보다 더 높다.

농어촌 교회의 교인 수가 급감하며 경제적 자립이 힘들어지는 현상은 한국교회 성장이 정체되면서 더 뚜렷해졌다. 도시의 대형 교회로 교인들의 수평 이동이 이뤄지면서 농어촌 교회는 교인 수뿐 아니라 예산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농어촌 교회가 위기이며 도농 교회 간 상생 목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교계 여러 단체에서 자주 제기돼 왔다. 하지만 위기의식에 비해 실제적인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선회 김기중 사무총장은 “일부 교단이 농어촌 미자립교회에 목회자 최저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교단은 이런 지원이 전무후무한 상태”라며 “개 교회가 따로 도울 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제 교회’로 지속적으로 교류하라

도농 교회 간 상생 방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도시 교회와 생산자인 농어촌 교회 간 신뢰 부족으로 일회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대형마트가 익숙한 도시 교인들이 품질을 의심하거나 불만을 갖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는 도농 교회 교류에 있어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 꼽힌다. 교회는 매주 농어촌 교회에서 올라오는 특산물을 교인들에게 판매한다. 성도들은 교회로 온 지역 특산물을 대부분 남김없이 다 사간다. 이 교회 관계자는 “때때로 교회에 예고도 없이 지역 특산물이 오기도 하지만 배송된 주 일요일에 다 팔린다”며 “국내산이라 믿을 수 있고 교회를 거쳐 보내온 것이라 성도들이 감사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교회 성도들은 간혹 불량품이 섞여도 불만하기보단 감사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구매한다. 특산물을 보내온 농어촌 교회와 농민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곳 청·장년 성도들은 매년 두세 번씩 협력을 맺은 농어촌 교회로 농촌활동(농활)을 간다. 주일에는 교인 40∼50명이 내려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찬양을 인도하는 등 예배 봉사도 나선다.

이런 신뢰관계가 형성된 까닭은 서로 ‘형제교회’를 삼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2006년부터 전라북도 진안의 배넘실교회와 ‘100주년 기념 형제교회’를 맺고 특산품 직거래, 여름 농활, 예배 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했다. 배넘실교회 이춘식 목사는 “산정현교회가 진심으로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과 태도가 있었기에 지금껏 교류가 이뤄졌다”며 “도시 교회들이 물질적 도움을 준다는 마음 대신 겸손하게 협력한다는 태도로 농어촌 교회를 섬긴다면 ‘제2, 제3의 산정현교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교회 섬기는 일, 한국교회 나서야

각 교단 국내 선교 관계자들과 교계 전문가들은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도농 교회 상생 협력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농어촌 교회를 섬길 것을 주문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사회선교부 신복현 목사는 ‘농촌선교 기금확보’ ‘재능 기부’ ‘직거래 장터 개설’ 등을 상생협력 대책으로 내놓았다. 신 목사는 “기감은 18년간 도농 교회 간 직거래 장터를 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새로운 협력을 모색 중”이라며 “하루에 100원씩 모아 농어촌 목회자 자녀 장학금과 농어업 자본금을 제공하는 ‘100원 모으기 운동’을 진행하는 데 10억 정도 기금을 만들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그는 농어촌 교회가 지역공동체로서 영성을 회복해 이를 도시 교회와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신 목사는 “도농 교회가 서로를 이해관계자로 보거나 시혜적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으려면 농어촌 교회가 도시 교회에 공동체생활을 바탕으로 나눔과 치유의 영성을 체험토록 지역과 연계된 현장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단 교류나 세미나 공동 개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모든 교회가 주님의 교회’란 공교회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사무총장은 “도농 교회가 하나 되려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어촌 교회를 돌보는 것이 내 교회의 부흥이고, 가족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물적·인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면 훗날 이것이 농어촌 교회의 자립기반이 되고 그 소출을 도시 교회가 소비하는 선순환이 정착될 것이므로 (도시 교회는) 내 교회 일처럼 물심양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