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協 오정택 회장 “자녀 꿈 간섭, 부모님들 반성하세요”

입력 2012-10-26 23:42


청소년들의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부터 처음으로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가 정식 교과수업으로 채택됐다. 앞서 지난해부터 전국의 고교에는 진로진학상담을 전담하는 교사가 1명씩 배치됐고, 내년에는 중·고등학교에까지 진로진학상담 교사가 확대, 충원된다. 교육당국이 청소년들의 적성과 진로, 직업 탐색 수업 등이 정규 교육 과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학교교육이 입시 위주여서 아이들의 바람직한 인생을 위한 진로진학 교육을 못하고 있고 또 가정에서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돼 국가가 이를 교육해야 한다는 계획이 5년 전에 세워졌어요. 이 계획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기대를 해봐도 좋겠지요.”

서울시내 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의 모임인 서울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 신구중 오정택(51)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말이다.

교육열이 높기로 널리 알려진 서울 강남의 신사동에 있는 학교에서 진로진학을 전담하는 오 교사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정식 교과 수업을 하면서 이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진로 수업시간만큼은 학생들이 자기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갖게 함으로써 이 사회에 자기에게 맞는 역할과 직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탐색하고 결국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을 돕는다. 이를 위해 진로진학상담 교사들 역시 상당한 시간의 공부를 별도로 했다. 원래 담당하던 전공과목이외 600시간의 연수를 마쳐야 했다.

오 교사는 최근 신구중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꿈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0% 이상이 ‘꿈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오 교사는 이것이 학생들의 진정한 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는 건 부모, 교사, 사회의 꿈”이라며 “그들이 대답한 꿈은 부모, 교사, 사회에서 보기 좋은 거짓된 꿈”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진정한 꿈을 꾸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기회를 부모와 사회가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사는 무엇보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을 청소년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의 영감이 담긴 꿈,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는 꿈을 발견한 사람을 통해 구체화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학생들이 꿈을 발견하게 하기 위해 부모는 자녀에 대해 장기적인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는 필연이고 필연의 실패를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일상적인 과정인데 어지간한 것은 ‘금기’하다보니 자녀들이 꿈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 교사는 부모들이 먼저 반성하고 깨닫고 변하게 하기 위해 최근 이지성 작가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꿈꾸는 다락방(국일미디어)’을 출간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찾는 법, 꿈의 위력, 꿈을 이루는 법 등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나의 진짜 꿈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 교사는 다섯 단계를 제시했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2단계 내가 잘하는 건 뭘까, 3단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4단계 나는 어떤 사람인가, 5단계 미래 가능성을 발견하라고 했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꿈을 탐색하고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좀 더 일찍 꿈을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럴수록 에너지를 더 모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 오 교사의 설명이다. 오 교사는 “나도 나이 50에 새로운 꿈을 찾아 전담 과목을 바꿨습니다”라며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궁금하다는 것을 자녀들과 학생들에게 먼저 고백하고 그들을 존중해 꿈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들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