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의 굴욕] 아홉시 뉴스의 추억
입력 2012-10-26 18:24
“띠, 띠, 띠, 9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MBC 뉴스데스크 시그널 음악이 울려나온다. 하루의 시작이 신새벽 아침신문에서 시작한다면 하루의 마지막은 텔레비전 저녁 9시 뉴스로 마감한다. 9시 뉴스데스크는 현대인에게 알람 같은 역할을 해왔다. 힘겨운 하루를 마감하고 휴식하며 텔레비전 앞에 앉는 시간, 9시. 최근 MBC는 9시 뉴스데스크 시간을 8시로 옮긴다는 발표를 했다. 저녁 뉴스 편성시간대의 이동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MBC가 뉴스 시간을 1시간 앞당기겠다는 의도는 오래된 노사 갈등으로 뉴스의 질이 떨어지게 된 데 대한 궁여지책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대가 되지 않는 KBS와의 경쟁에서 물러나 SBS와 뉴스 경쟁을 해서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9시 뉴스가 8시 뉴스로 한 시간 앞당겨진다는 것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는 일종의 변혁을 예고한다. 농경사회,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 사람들에게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이 노동과 휴식의 경계였다. 현대문명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근대적 규율로 관리될 뿐이다. 24시간은 똑같은 균질성을 지닌다. 노동의 시간 양에 비례해 대가가 주어진다. 이렇게 균질화된 시간 속에서도 최소한 현대인들에게 생체의 시간과 함께 좀 더 질적으로 느껴지는 시간도 있는 법이다. 일테면 사랑을 나눌 때라든지, 일분일초가 급한 출근시간이라든지, 중대발표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든지.
9시 뉴스데스크 시간, 초침이 움직이며 9시를 향해갈 때 자기와 세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느낀다.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열람하며 혀를 차거나 감탄을 한다. 8시로 앞당겨진 저녁 뉴스시간. 현대인들은 하루를 좀 더 일찍 마감,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반대로 경기악화로 더 많아진 야근 때문에 직장인은 11시 뉴스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적절한 마감이었던 9시 뉴스라는 어떤 상징. 10시도 8시도 아닌, 저녁과 늦은 밤의 경계였던 9시. 가족이 다함께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 앞에 모이는 그 시간. 9시란 시간적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듯하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변수의 시간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