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교회 이제 상생이다] “생명 살리니 성도들 믿음도 살았어요”
입력 2012-10-26 17:56
이미란 양평전원교회 담임목사의 ‘초록별 십자가운동’
대부분의 십자가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 데 반해 양평전원교회의 십자가는 초록색이다. 이 초록색에는 하나님이 주신 지구를 그리스도인들이 회복시켜 나가자는 교회의 비전이 담겨 있다. 이미란(49) 담임목사는 이 비전을 ‘초록별 십자가운동’이라고 명명했다. 이 목사는 유기농 농법으로 직접 채소를 기르고 나누고 전도하는 생명살리기 목회를 한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왕창리 교회 앞에는 텃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채소밭인지 풀밭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풀이 무성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밭임을 알 수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목사가 게으르다고 하세요. 하지만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밭을 살펴봐요. 풀과 채소가 같이 자라니 채소들이 풀인 줄 알고 더 건강하게 자라요.”
그는 자연농법인 유기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해 약을 치지 않는다. 풀들도 다 이름이 있고 산야초 효소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의 유기농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0대 때 시골교회에 봉사하러 갔는데 시골교회분들이 너무 가난했어요. 시골에서 수입을 높이려면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도시사람들에게 팔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그들에게 약속했다. “자신이 이 기술을 잘 배워서 알려줄 테니 농사를 지어라. 그러면 내가 다 사겠다”고. 그래서 유기농법에 관심을 가졌고 두레공동체 김진홍 목사로부터 유기농법을 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때여서 시간 여유가 없었다. 1994년에는 단기선교 사역도 시작했다. 매해 방학 때 의료봉사를 하다 길랭바레증후군이란 병에 걸려 모든 사람이 포기했을 때 자신이 고안한 FTP기법(상상이라는 정신활동을 이용해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치료했다.
영육이 회복되던 2005년 이 목사는 삶의 터전을 대전에서 양평으로 옮겼다. 지금의 교회도 옮기면서 섬기던 교회였다. 그러나 2009년 담임목사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선교사로 사역하던 이 목사가 교회를 맡게 되었다. 교인들도 우르르 떠나고 이 목사 가족 다섯 명만 남게 됐다. 이 목사는 이전 목사와 다른 방법으로 교인들에게 다가갔다.
외부에서 여자 목사가 나타나 뭘 제안한다고 해서 쉽게 들을 리가 없었지만 이 목사는 유기농법을 권유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과 팥을 나눠주며 논두렁 밭두렁에 심으면 수매해주겠다고 했다.
“논두렁 밭두렁에는 농약을 주면 바로 남한강으로 빠져나가므로 아무 것도 심지 않았어요. 그러나 사실은 굉장히 비옥한 땅이라 콩을 심으면 잘 맺혀요. 농약을 주지 말고 대신 풀을 깎아주라면서 콩을 심게 했어요.”
3년이 지난 지금 동네에 나가보면 논두렁 밭두렁에 다 콩이 심어져 있다. 작은 변화지만 마을 사람들이 어느새 이 목사의 농법에 동의하고 따르고 있었다. 이 목사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쌀, 콩, 채소를 사줬다. 그 덕에 교회를 자주 찾으며 교인이 30명으로 늘었다. 이 목사의 전도 전략이 통했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사 시절 섭생치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만든 된장, 김치로 우울증이나 과잉행동장애(ADHD)가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한국전통발효식품연구소를 설립, 제자들을 키우며 수매한 농산물로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된장, 김치, 효소, 식초를 만들며 입소문이 나 도시인들에게 유기농 발효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고가이지만 여유가 있는 도시지역 사람들이 인터넷(klk.or.kr)과 교회 방문을 통해 끊임없이 찾고 있다. 특히 콩, 쌀, 더덕을 발효시켜 만든 HB(Health bean)효소는 항암 항생효과가 뛰어나 전국 곳곳에서 교회를 찾아온다.
“발효식품은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지만 수익금이 생기면 지친 선교사님들을 위해 쓸 계획이에요. 양평전원교회에 오면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요.”
양평=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