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교회 이제 상생이다] 성도들이 믿고 구입해주지만… 생협, 아직은 먼 희망

입력 2012-10-26 17:56


도농교회의 대표적인 상생 모델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비롯한 직거래 장터이다. 도시 교인들은 농촌 교회에서 정성스레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고 미자립교회는 판매 수익을 통해 선교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빚을 지고 농사를 접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위기의 기독교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생협은 소비자가 3만원 정도의 가입비와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되면 믿을 만한 농산품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하거나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

기독교계 대표적인 생협으로 감리교 소속 농촌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농도생협이 있다. 농도생협의 유기농 농산물은 대형매장에서 파는 유기농 농산물보다 대체로 가격이 싸지만 일반 농산물보다는 비싼 편이다. 게다가 매장의 진열 및 상품 포장 등이 대형 업체 제품에 비해 떨어지고, 수요 공급도 잘 맞출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농도생협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1∼10월 누적적자가 1100여만원이다. 실제 지난 24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북아현동 아현감리교회 사회관에 있는 농도생협 매장을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나마 물품을 구매하는 손님이 아니었다.

농도생협 이수현 사무국장은 “오전 시간대라 별로 손님이 없지만 오후에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며 “농사를 짓는 목회자들 대부분 소량 생산을 하는 데다 운송비가 만만치 않아 일부 도시 교회에서 대량 구매를 해주더라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도생협 박순웅 이사장은 “안전한 유기농 농산물을 밥상에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촌교회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도시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이 운영했던 예장생협은 재정난이 악화돼 수년 전 파산했다.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농산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관창고를 마련하는 데 큰 비용을 들였지만 그만큼 판매 실적이 뒤따르지 않았던 것. 또 농사와 목회 활동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대량 생산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예장 통합 군·농어촌선교부 이인호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는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어 농산물 판매와 관련한 일에 총회가 나서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농촌 교회의 농산물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사 노하우 공유·지자체와 협력=시행착오를 겪어온 직거래 장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사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공동 선교활동에 나서거나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고 생존해 나가는 것이다.

장신영농조합법인(대표 손주완 목사)은 생명농업에 관심이 있는 충북 충주와 강원도 원주 지역 목사들의 소모임으로 2004년 시작됐다. 출범한 지 오래됐지만 본격적인 판매 활동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농촌 목회자 5명이 직접 친환경 사료로 닭을 키우거나 화학비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적용해 각종 농산물을 재배한다.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농사 기법을 효율화하는 데 힘을 쏟았고 유기농법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개선했다. 교회별 연 수익은 500만∼100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작은 시골교회 목회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액수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다른 시골교회 목회자 3명도 이들과 힘을 합쳐 공동 선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 교회는 봄에 야외예배를 드리거나 추수 감사 한마당 잔치를 열고, 행사를 통해 마련된 헌금은 농촌선교에 쓰고 있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남 거창군 남상면 대산교회(055-942-6797)는 교회가 위치한 청림마을의 ‘솔향 담은 장마을’ 사업과 연계해 된장, 메주 등을 판매를 하고 있다. 청림마을은 지난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산교회 허운 목사는 “2000년부터 성도들과 메주를 만들어 직거래하는 일을 계속했고 지역에서 선교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다보니 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을 맡게 돼 대산교회의 된장을 알리는 계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