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숨은 힘] 외국인 반응에 일희일비 “이게 뭡니까, 촌스럽게”
입력 2012-10-26 17:47
눈덩이 처럼 커지는 리액션 효과
한국 네티즌들이 외국인들의 리액션에 열광하는 문화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이런 자세는 대중문화를 즐기는 대상이 아닌 경쟁이나 선전의 수단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비평가 정덕현(43)씨는 강남스타일의 예를 들며 “노래 자체가 성공했다기보다는 노래를 본 미국인들의 리액션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싸이 열풍은 국내에서 먼저 자생적으로 생긴 뒤 외국으로 번져나간 것이 아니에요. 반대로 미국에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리액션 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렸고 거꾸로 그 리액션이 국내에서 이슈가 된 거죠.”
정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사례를 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외국 반응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피에타는 예술영화라는 편견 탓에 개봉관조차 잡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관객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좋은 영화를 증명할 능력이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문화 상품인데 외국에서 인정받은 뒤에야 국내 팬들에게 관심을 받는 상황이라니, 씁쓸하죠.”
한국의 리액션 열풍은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30)씨는 “세계 문화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주무대로 진출해 나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이는 순식간에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전 세계인들이 보다 빨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러나 강남스타일 열풍이 국가주의와 결부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싸이는 엄밀히 상업적 목적을 띤 가수이지, 국가대표가 아니에요. 그런데 외국인들이 열광하니 나라에서 아예 국가대표라고 선전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무료 콘서트를 열어주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훈장을 준다고 하고요. 싸이 노래를 청소년유해물로 지정해놓고 이제 해제했다죠? 정부가 외국인들 리액션에 이렇게 일희일비하다니 이게 뭡니까. 촌스럽게.”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