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숨은 힘] ‘K팝 리액션’이 싸이 열풍 만들었다

입력 2012-10-26 17:47


눈덩이 처럼 커지는 리액션 효과

한국 네티즌들이 ‘리액션(Reaction)’에 푹 빠졌다. 리액션이란 인터넷을 중심으로 특정 문화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담은 동영상 등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특히 유튜브와 트위터 등이 일상화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리액션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우리 네티즌들이 환호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모인 8만명의 시민을 동시에 춤추게 한 강남스타일 열풍도 리액션에서 촉발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리액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대학 4학년생으로 취업 준비에 바쁜 서모(22·여)씨의 유일한 낙은 한류 리액션 감상하기다. 인터넷을 켜면 가장 먼저 한류 영상 카페나 리액션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영상이나 번역글을 클릭한다. 유튜브에서도 항상 ‘K팝 리액션(KPOP REACTION)’을 검색해 새 영상을 찾는다.

서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박지민과 백예린으로 구성된 ‘15&’의 ‘아이 드림(I Dream)’에 대한 외국인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거의 매일 본다. 그녀는 “뮤직비디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감동해 눈물을 훔치는 외국인들의 리액션을 보노라면 취업불안감도 사라지고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 덕에 유튜브에는 K팝 뮤직비디오에 대한 리액션만 올리는 외국 네티즌들이 수두룩하다.

K팝에 빠진 깜찍한 미국 소녀 두 명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NamasteDwaejiKim’에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231개의 K팝 리액션 비디오가 게시됐다. 소녀들이 K팝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은 리액션 비디오를 매일 한 개 이상씩 올린 셈이다. 채널은 지금까지 500만건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구독자 수도 5700여명이나 된다.

미국 소년이 친구나 친척, 가족들을 불러와 K팝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그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채널 ‘twilght2mnlght’도 인기다. 이 소년은 소개글에서 “지난해 11월 슈퍼주니어의 ‘미스터 심플’을 접한 이후 K팝을 즐겨듣는다”며 “이제는 아예 K팝 리액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1만명을 훌쩍 넘는데, ‘꽃미남’ 외모 덕에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다.

리액션 비디오뿐 아니라 K팝이나 한국 관련 다양한 이슈에 대한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소개하는 ‘개소문’이나 ‘가생이’ 등과 같은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도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다.

◇리액션, ‘싸이 열풍’의 숨은 주역=사실 리액션이라는 용어만 최근 등장했을 뿐 한국 것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이전에도 종종 화제가 됐다. 3, 4년 전쯤 인터넷을 강타한 ‘떡실신’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윌 스미스 뺨치는 흑인 친구에게 지우개 따먹기를 전파함. 갑자기 윌 스미스가 에디 머피로 변하더니 눈물 콧물 다 빼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듦.’

‘공으로 하는 건 자신 있던 차에 미국 친구들에게 족구를 알려줌. 서브 기술을 몇 가지 알려주자 미국 친구들 떡실신. 대학 내 리그 생겨남.’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등장한 이후 인터넷에서 리액션이라는 단어가 정착됐다.

사실 지난 7월 중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됐을 때 세계적인 히트송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미국인들이 강남스타일 리액션 비디오를 인터넷에 속속 올리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외국인들의 리액션이 화제가 되자 ‘당신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과 웃음을 선사할 뮤직비디오’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급기야 지난 8월 초 허핑턴포스트를 필두로 CNN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강남스타일 열풍을 보도하면서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몰이가 본격화했다. 몇 편의 리액션 비디오가 K팝의 기적을 일궈낸 셈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