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재능기부] 꿈을 이룬 그들… 꿈을 주는 그들

입력 2012-10-26 17:51


스타들의 훈훈한 답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달성했다. 올림픽 후 태극전사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응원해 주신 국민들 덕분”이라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재능기부에 나섰다. 무명 선수들도 각급 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을 돕고 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일일교사, 멘토, 코치로 변신해 팬들에게 사랑을 돌려주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스포츠계의 재능기부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정릉3동 고대부고에서 열린 제24회 성북구청장기 및 연합회장기 배드민턴대회. 800여명의 동호인들이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주인공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용대(24)와 짝을 이뤄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정재성(30·이상 삼성전기)이었다.

정재성은 이날 시범경기를 선보였고, 동호인들은 세계 정상급 실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도 해준 정재성은 밀려드는 사인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재능기부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는 정재성은 “일반 동호인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그동안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12월 초 시즌이 끝나면 클럽들을 찾아 본격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성이 참여한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기획한 것이다. 두 단체는 런던올림픽 주역들을 사회체육 시설과 각급 학교에 일일강사로 파견해 체육 재능을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2일엔 한국 여자 배구 대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김희진(21·IBK 기업은행)이 수원 수일여중을 찾아 후배 선수들에게 멘토링과 실기 지도를 하고 스포츠용품도 전달했다.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 금메달리스트 김정환(29·국민체육진흥공단)도 이날 화성 발안중학교를 찾아 검술을 지도했다. ‘태권 미남’ 이대훈(20·용인대)은 30일 서울 한성중에서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고, 런던올림픽 사격 2관왕인 진종오(33·KT)는 31일 모교인 강원사대부고를 방문해 사격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밖에 런던올림픽 스타들은 11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표 참조). 전·현직 국가대표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은 문화부, 교육과학기술부, 대한체육회가 연중 실시하는 ‘학교체육활성화 사업’을 통해 각급 학교에 일일교사로 파견돼 실기 지도와 멘토링을 한다.

스타들만 재능기부에 나서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무명 선수들의 활동이 더 활발하다. 대표적 사례로는 문화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이하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토요체육학교’를 꼽을 수 있다. 토요체육학교는 올해부터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됨에 따라 토요일을 활용해 스포츠 강사들을 각급 학교에 파견해 재능기부를 하는 사업이다. 토요체육학교에는 신기성, 표명일, 조동현, 이종애(이상 농구), 이태현(씨름), 홍정호(핸드볼), 정용환(축구), 이찬희(배구) 같은 스타들이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주축 강사는 대학·실업팀 이상의 선수 경력자들이다. 토요체육학교엔 현재 축구, 농구 등 21개 종목에서 500여명의 강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약간의 수당을 받고 토요일 각급 학교에 파견돼 학생들의 건전한 체육활동을 돕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강사는 한 학교에 5회까지 파견되는데, 일선 학교의 반응이 좋다”며 “강사들은 학생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폭력, 왕따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토요체육학교에 강사 파견 신청을 한 학교는 722곳에 달한다. 이 중 443곳에 강사가 파견됐으며 재능기부는 1425회 이뤄졌다. 재단은 올해 목표를 2500회로 잡고 있다. 그러나 강사진이 수도권에 몰려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제대로 혜택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에 있는 강사들이 숙식 해결이 어렵고 교통비가 많이 드는 지방 학교에 가길 꺼린다는 것. 재단은 내년 강사진을 확충해 지방 학교들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