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순신-(17) 일석이조] 공존을 위한 지혜
입력 2012-10-26 18:35
이순신은 나라의 장수였지만 국가 혹은 관리의 입장만 우선하지 않았다. 그 증거는 이순신의 보고서 모음인 ‘임진장초’에 나온다. ‘공사양편(公私兩便), 서사양편(庶使兩便)’이다. 국가와 개인, 백성과 관리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전쟁으로 이리저리 피난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굶주리는 백성들, 부족한 군량에 늘 허덕이는 군사들을 살리기 위해 지혜를 짜냈다. 그가 찾아낸 해법은 전마(戰馬)를 키우는 섬의 목장에 있었다. 말만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한 섬의 목장에 백성들을 정착시켜 농사를 짓게 했다. 그는 조정에 요청했다. “신의 소견으로는 흩어져 떠도는 피란민들이 한곳에 모여 살 곳도 없고, 또 먹고살 수 있는 생업도 없어 참담한 상태입니다. 이 섬으로 불러들여 모여 살게 하고, 그들이 함께 힘을 모아 농사를 짓도록 한 뒤 추수한 것을 나라와 백성들이 절반씩 나눠 가지게 하면 나라와 백성 모두 이익이 될 것(公私兩便)입니다.”
목장에 피난민들을 정착시켜 농사를 짓게 하면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군량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백성들이 한곳에 모여 살게 되면 부족한 군사들도 자연스럽게 충원할 수 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말만 키우도록 되어 있던 섬에 말을 기르는 것은 물론 백성 안정과 군량을 포함한 식량 확보, 군사 확보라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효과를 만든 것이다.
조정에서는 처음에는 이순신의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전쟁에 당장 필요한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순신의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조정은 결국 그의 요청을 승인했다. 그 후 이순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피난민의 농사를 넘어 군사들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진영을 지키는 늙은 군사들을 농장에 보내 농사를 짓게 했고, 심지어 군사들에게 휴가를 주어 농사를 짓게도 했다.
이순신의 사고방식은 자신의 이익이나 혹은 어느 한편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았다. 오직 백성과 나라 그 모두를 위해 고민했다. 그가 말한 ‘양편(兩便)’은 공존과 공생을 추구했던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보여준다. 제로섬 게임처럼 극한의 먹고 먹히는 경쟁, 뺏고 빼앗기는 경쟁의 시대인 현재 상황에서 이순신의 ‘양편(兩便)’과 같은 공존의 정신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너 죽고, 나 살기’가 아닌 ‘너와 내가 같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순신의 공존철학을 되새겨 보자.
박종평(역사비평가)